윤영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최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화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윤영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전자주총 자체만으로 기업 지배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집중투표제 등 최근 상법 개정 내용과 함께 작동하면 기업들이 사전에 준비해야 할 부분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전자주총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은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현재 약210개)를 의무 개최 대상으로 설정했다.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인 비대규모 상장회사는 이사회 결의로 전자주총 개최 여부를 수시로 결정하거나 정관으로 미리 정해 둘 수 있다.
개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전자주총 의무 기업은 △전자주총 소집 및 운영에 관한 직무수행 기준 및 절차 준비 △전자주총 전일까지 출석을 신청한 주주들에게만 출석 허용 △적정한 운영을 위해 주주의 질의 및 발언 횟수와 시간 등의 제한 등이 가능하다. 그 밖의 세부적인 내용은 법무부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해 놓았다.
특히 윤 변호사는 주주권과 관련된 운영 기준을 사전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공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주총 사전 신청 절차, 질의와 발언 횟수 제한, 현장·온라인 이중 출석 방지, 사전 전자투표 후 전자주총 참석 시 의결권 처리 방식 등을 미리 안내해야 향후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대규모상장회사에서 소수주주가 법원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직접 소집하는 경우의 전자주총 진행 절차, 비대규모상장회사에서 전자주총 개최가 주주제안 대상이 되는지 등도 사전에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의무 대상 기업 대부분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전자주총 운영을 위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행령도 관리기관에 운영을 맡길 경우 별도의 인력과 전산설비를 갖춰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다만 윤 변호사는 “운영을 위탁하면 인력과 전산설비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회사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리기관의 실수도 법적으로는 회사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향후 예상되는 분쟁으로 기술적 오류를 원인으로 한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꼽았다. 2024년 정부 개정안에 담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이번 개정안에서 빠져서다.
또 전자주총 도중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을 때 연기 또는 속행 결의에 전자주총 참석자의 참여가 어려우므로 의장이 이를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주총 도중 회사 안건을 수정하는 ‘수정동의’를 온라인 참가자들에게도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다.
윤 변호사는 “외부위탁에 의하게 되는 시스템 구축보다 예상 가능한 돌발 상황별 대응 기준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기업들은 시행 전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내부 운영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지난 13일 이데일리와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화우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전자주총은 주주의 시간적·물리적 공간 제약을 줄여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 변호사는 전자주총이 행동주의펀드나 주주행동주의 확산에 한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전자주총만으로 획기적인 주총 환경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전자투표 도입 사례를 들어 “전자투표 역시 참여율이 평균 10%대 초반에 머물렀다”며 “주총이 특정 날짜에 집중되는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전자주총 참여율도 획기적으로 높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총 분산 개최를 병행해야 전자주총의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 변호사는 전자주총이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과 함께 시행될 경우 경영권 방어 환경도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변수는 오는 9월 의무화되는 집중투표제와 전자주총이 함께 시행되는 경우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여러 명 선임할 때 주주가 가진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100주를 보유한 주주가 이사 2명을 선임하면 총 200표를 한 후보에게 모두 행사할 수도 있어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더해 전자주총으로 소액 주주의 주총 출석률이 높아질수록 기존 경영진은 특정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필요한 우호 지분도 함께 늘어나고 집중투표 하의 예상 득표율 계산도 부정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윤 변호사는 집중투표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서는 득표율 계산과 확보한 표를 후보별로 어떻게 배분할지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주총과 분리선출·집중투표를 함께 적용하면 과거처럼 최대주주가 이사회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어려울 수 있다”며 “풍부한 자금력의 외국계 사모펀드 등이 개정 상법상 최대주주보다 2대 주주에게 유리한 제도를 활용해 수년에 걸쳐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또 기업들이 감사·감사위원 선임 규정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법상 의결정족수 완화 특례는 ‘전자투표’를 실시한 경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전자주총 개최만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결정족수 완화는 원칙적으로 필요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 요건 없이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만으로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 특례를 말한다.
윤 변호사는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있는 회사라면 전자주총과 별도로 전자투표도 실시해야 정족수 완화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이 부분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