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만 탓할 일 아니다"…배재고 사태서 드러난 '어른의 부재'

사회

뉴스1,

2026년 7월 02일, 오전 06:00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섞은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29 © 뉴스1 이수민 기자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 중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광주일고를 향해 지역 비하성 응원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의 발언 자체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를 제지하고 바로잡아야 할 학교와 어른들의 역할이 충분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스포츠 경기 역시 교육 현장인 만큼, 혐오 표현이 나온 순간 즉각적인 제지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2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배재고 야구부원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광주일고와의 청룡기 1회전 경기 중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구호를 외쳤다.

당시 광주일고 측 코치가 "적당히 하라"며 항의했고, 배재고 측은 경기 후 광주일고 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배재고 측은 이후 "즉시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8회 초가 끝난 뒤 선수들을 불러 모아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배재고 측 설명대로라면 문제를 즉시 인지하지 못한 채 경기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경기 후반에야 선수들을 불러 모아 경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경기 역시 교육 현장이며, 문제의 구호가 나왔을 때 코치진 등 성인들이 현장에서 더 분명하게 제지하고 바로잡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당사자들은 이게 얼마나 심각한 비방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혐오를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 자리에서 바로 지적이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선도나 지도가 부족했다. 아이들이 이거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어른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의미를 깊이 이해하기보다 온라인상에서 접한 표현을 또래 문화처럼 따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임 모 군(14)은 학교 안에서도 정치적 비하 표현이 담긴 '혐오 밈(meme)'을 따라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임 군은 "인스타나 인스타 릴스, 애들 하는 거 보고 따라 하거나 거의 다 그렇게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군은 "뜻을 알고 써서 잘 안 하는 애들도 있지만,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애들이 거의 다인 것 같다"며 "체감상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애들이 7, 의미를 알고 절제하는 애들이 3 정도"라고 했다. 임 군의 친구인 심 모 군(14)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애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게 거의 대다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상 혐오 밈을 쉽게 소비하는 배경에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미디어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역시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교육이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사훈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내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미디어가 많이 개방되면서 외부 환경이 많이 침투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표현 방식들이 밈화되니까 하나의 응원구호처럼 응집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충분히 제지되지 않은 경험이 학생들에게 "이 정도는 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 교수는 "아이들은 저번에도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으니까 이번에도 별다른 문제 없겠지 쉽게 생각하게 할 수 있다"며 "결국 어른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보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그런 부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을 터치하기보다 그런 환경이나 성인들의 교육이 부족했다는 부분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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