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요즘 전화기를 열면 재미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동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무술의 고수(?)로 보이는 교사가 세상의 악에 맞서 싸우는 듯이 범죄자들을 마구 두들겨 패고, 흔히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을 참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때려서 가르친다. 교권보호국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가상 기관을 만들어 많은 학생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착한 학생들이나 왕따를 당하던 학생, 학부모로부터 갑질을 당하던 교사 등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넷플릭스 '참교육' 드라마 속 사적 제재 열광과 사법 불신
필자는 고교 교사 시절 거의 14년을 학생부에서만 근무했다. 당시 필자가 재직하던 학교에도 '미완성, 날개파, 흑기사, 고인돌' 등과 같은 불량집단(동아리?)이 있었다. 심지어 학교 주변 조폭들도 두려워할 정도로 계속 학생들을 모집해 세력을 부풀리기도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포스터.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화제가 된 드라마 '참교육'은 단순한 학원 액션물이 아니다. 이 작품은 학교 폭력과 교권 붕괴, 법과 제도의 허점을 정면으로 다루며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정의의 부재'를 질타하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통쾌한 응징 장면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왜 현실에서는 이런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가?"라는 공분을 공유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속 '참교육'에서 '참'은 '거짓이 아닌', '바른', '진정한'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다. '참교육'은 단순히 엄하게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와 인간다움을 세우는 교육'을 의미한다. 교육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사람을 바르게 세우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참교육은 회초리보다 양심을, 공포보다 책임을 가르치는 일이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다. 주체가 바로 서지 않으면 바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무너진 정의와 법치주의 위기 불안감 확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참교육'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고, 부모는 자녀의 잘못보다 권리만을 앞세우며, 사회는 범죄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동안 피해자의 눈물은 쉽게 잊힌다.
최근에 필자의 주변을 봐도 '피해자'인 학생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공부하는가 하면, 가해자는 떵떵거리고 학교에 다니는데, 피해자는 정신병원의 약을 먹고, 약을 먹지 않으면 기숙사에서 퇴출한다는 상담교사의 말을 듣고 가슴을 치기도 했다. 법은 존재하지만 정의가 체감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많은 국민은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최근에는 '무법천지', '범죄자 천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무법천지'(無法天地)는 말 그대로 법이 없는 세상을 뜻한다. 물론 실제로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법이 존재해도 법의 권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이 약하고, 반복되는 범죄에도 사회는 쉽게 잊어버린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들은 점점 정의보다 체념을 배우게 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일부에서 느끼는 '범죄자 전성시대'라는 인식이다. 피해자는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데 가해자는 비교적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정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느낀다. 또한 우리나라는 정치인 중 많은 사람이 범죄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민의를 통해 선출됐으니 단죄할 수 없다는 이상한 의식이 그들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참교육' 회복으로 공동체 복원 필요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참교육은 복수가 아니다. 정의는 분노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드라마 속 통쾌한 응징은 현실의 법치주의를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장면이 큰 공감을 얻는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가 법과 교육에 대해 얼마나 큰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5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방안에는 학교안전법 개정으로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등의 추진 내용이 담겼다. © 뉴스1 김기남 기자
교육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정은 사회적 책임을 가르치고, 학교는 인격을 세우며, 국가는 법의 공정성을 확립해야 한다. 권리와 함께 책임을 배우지 못한 사회는 결국 공동체의 신뢰를 잃는다. 참교육은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 교사, 정치인, 언론인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받아야 하는 교육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드라마 속 영웅이 아니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법치, 공정한 사법제도, 책임 있는 교육 그리고 공동체를 지키려는 시민의식이다. 그것이야말로 '참교육'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모습이다.
참교육은 누군가를 굴복시키는 힘이 아니라 모두가 법과 양심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다. 범죄자가 기승을 부리고, 무법천지가 돼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양심과 도덕이 살아 있는 한민족다운 참교육이 그리운 시간이다. 결국 교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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