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저온창고 소방 순직사고…위험정보 부족·지휘체계 미흡이 원인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03일, 오후 01:49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 4월 전남 완도 저온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2명과 관련해 30일간 진행한 합동조사 결과가 3일 공개됐다. 소방청은 신속동료구조팀(RIT) 선제 운영 의무화와 무인소방로봇 보급 확대, 현장 부족인력 5000여 명 확충 등을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놨다.

전남 완도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냉동창고 화재를 진화하다 순직한 소방공무원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사진=뉴스1)
전남 완도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냉동창고 화재를 진화하다 순직한 소방공무원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소방청은 사고 직후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외부 전문가와 소방노조 관계자 등 27명이 참여하는 소방합동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단은 4월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화재 원인 규명과 순직사고 발생 경위, 화재 실증실험, 현장대응 및 안전관리상 문제점 등을 종합 분석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4월 12일 오전 8시 25분쯤 완도군 군외면의 저온창고에서 발생했다. 작업자가 바닥 에폭시를 제거하기 위해 LP가스 토치로 가열작업을 하던 중 불티로 추정되는 에폭시 조각이 바닥과 벽면 강판 틈새로 들어갔고, 이 불티가 강판 후면 우레탄 폼에 옮겨붙으면서 불이 났다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해당 저온창고는 층고가 약 6.4m인 반면 출입구 높이는 약 3m로 낮았고, 창문이나 개구부가 없는 밀폐 구조였다. 이 때문에 벽면 우레탄 폼이 열분해되며 발생한 가연성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천장부에 쌓였고, 강판 후면을 따라 번진 화염이 천장부를 통해 노출되면서 축적된 가스에 옮겨붙어 전 구역이 한꺼번에 타오르는 화재가스발화(FGI) 현상이 급격히 일어난 것으로 조사단은 추정했다.

신고는 오전 8시 25분 접수됐고,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가 8시 31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완도구조대 등 22명이 순차 도착해 벽면 강판을 절단하고 화점을 찾는 등 내부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8시 53분쯤 천장 좌측 구석에서 화염이 확인돼 전원 퇴출 지시가 내려졌고, 내부에 있던 대원 7명 중 5명은 빠져나왔지만 고 박승원 소방위(완도구조대)와 고 노태영 소방사(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는 끝내 탈출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조사단은 우레탄 폼 마감 등 위험정보가 출동대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점과 지휘권 이양 절차가 생략되고 상황평가·전략전술 결정이 미흡했던 점, 특수화재 위험성 평가를 위한 표준작전절차(SOP)가 마련돼 있지 않았던 점을 사고 원인으로 짚었다. 또 RIT 편성·운영이 부실했고, 열화상카메라 등 안전장비 관리가 미흡한 채 소방관 직접 투입에 의존도가 높았으며 펌프차 진압대원 부족으로 2인 1조 임무수행에 지장이 있었던 점 등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상황관리와 현장지휘 체계, 현장대응 역량, 안전장비, 조직·인력체계를 강화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재난현장의 위험정보와 전략·전술 정보가 출동대에 실시간 제공되도록 119상황관제시스템을 개선하고, 119상황근무자 교육도 체계화하기로 했다.

현장지휘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휘관 보직자 대상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우레탄 폼·샌드위치패널 등 고위험 특수화재에 대한 교육도 확대한다. 선착대장과 지휘팀장이 도착 즉시 지휘권을 명확히 선언하도록 표준절차 역시 보완하기로 했다. 인명구조 가능성이 없을 때는 방어적 전략·전술을 우선 적용하는 원칙을 세우고, 우레탄 폼 마감 창고 등 고위험 현장에서는 RIT를 선제적으로 편성·운영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위험지역 내 소방관 직접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소방로봇 등 첨단장비 보급을 확대하고 성능 고도화도 병행하기로 했다. 현재 4대가 시범 운영 중인 무인소방로봇은 현장 활용성을 검토해 추가 확대할 예정이라고 소방청은 부연했다. 열화상카메라 등 핵심 안전장비에 대한 정기 점검·관리 체계도 강화한다.

이외에도 소방청은 골든타임 확보와 대원 안전을 위해 펌프차 진압대원 등 현장에 필수적인 부족 인력 5000여 명을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단계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관계 부처와 협의해 소요 예산을 적기에 확보하고, 지역별 인력 수요와 재난 위험도, 현장 여건 등을 고려한 인력 재배치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두 분의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합동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면밀히 살핀 만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사항부터 차근차근 보완하고 중장기 과제에도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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