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개표소 현장조사를 앞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스크럼을 짜며 출입구를 막고 있다. 2026.7.2 © 뉴스1 구윤성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참정권 침해와 재선거를 요구하며 시작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을 맞았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초기의 '재선거' 요구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결합해 날로 극우 성격을 띠고 있다. 참가자 간 갈등이 고소·고발로 번지는 등 각종 불법행위가 이어지면서 '참정권 수호' 운동의 본래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9일 기준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와 관련해 접수된 사건 58건 가운데 종결된 1건을 제외한 57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수사 대상자는 139명이다.경찰 관계자는 "관련 사건과 수사 대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 업무방해(9명), 여자 핸드볼 유소년 대표팀 짐 수색(5명), 취재진 방해·경찰관 모욕 등(16명), 참가자 간 폭행·공중협박 등(43명)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시위와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게시물에 대해서도 286건을 삭제 요청한 뒤 148건을 삭제했다.
시위 초반에는 경찰관 폭행과 체육계 관계자들의 현장 진입 방해, 취재진 업무 방해 등 외부인을 상대로 한 사건이 주로 불거졌다. 그러나 시위가 길어지면서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폭행과 협박, 성추행 등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참가자 3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도 했다. 경찰관을 모욕한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 1명은 구속된 반면 시위 초기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2명은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재선거" 외치자 낙인 찍혀 쫓겨나…현장 운영 두고 갈등 빚기도
현장 분위기도 초기와 달라졌다. 시위 초반과 비교하면 평일 2030 참가자 비중은 줄었지만, 주말에는 청년층도 여전히 현장을 찾고 있다.
초기에는 이들을 중심으로 '재선거' 요구에 집중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성조기 사용 등을 경계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나, 현재는 '부정선거'와 '한미공조' 구호가 주를 이루고 성조기도 곳곳에 등장했다.
집회에 온 시민들을 상대로 보수 진영에서 부정선거 의혹의 핵심 거점으로 지목해 온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를 설명하는 참가자와 관련 팻말도 현장에서 확인됐다. 현장 한편에서는 종교집회가 열리고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도 포착됐다.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와 모스 탄 씨(한국명 단현명) 등 부정선거 주장을 펴온 인사들의 현장 방문도 이어지면서 부정선거 주장을 공유하는 참가자들을 더욱 결집하게 했다.
"재선거만 외치자"고 주장하는 참가자들은 일부 참가자들에게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으로 낙인찍혀 시위 현장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구호와 노선을 둘러싼 이념 논쟁과 사상 검증성 언쟁이 벌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도 현장 운영을 두고 갈등을 빚어 참가자 간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대화방도 폐쇄되는 등 내부 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나선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내부에 투표지 보관박스가 쌓여있다. 2026.7.2 © 뉴스1 국회사진기자단
국조특위의 현장 조사 이후에도 투표함 반출이 무산되면서 투표함은 여전히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부에 남아 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보관된 사실이 확인되자 일부 참가자들은 "투표지가 있는데 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느냐"며 의혹 제기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표함 반출이 무산된 뒤 현장 조사 당시 열렸던 2-2 게이트에는 다시 '부정선거' 포스터가 붙었고, 참가자들은 봉쇄 시위를 재개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일 국회 국조특위에서 "평화롭게 의사 표현을 하신 분들은 당연히 존중받아야겠지만, 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관리해 왔고 앞으로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관련자 신원을 특정해 조사에 나서는 가운데, 시위 장기화에 따른 내부 갈등과 고소·고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엄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이들이 뒤섞여 있었지만, 시위 장기화와 봉쇄에 대한 부정적 여론 속에서 후자는 이탈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남는 '부정적 의미의 순수화'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극단적 기독교 세력의 '성지'처럼 인식되면서 다수 시민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워졌다"며 "이들에게는 사실을 규명하는 과정 자체보다 이미 정해진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불신과 의심은 이미 정해진 결론을 확인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사실을 확인해 함께 판단하기 위한 과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