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인한 '잠실 봉쇄시위'가 26일째를 맞은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가 막혀 있다. 2026.6.30 © 뉴스1 김도우 기자
자율 참여 형태로 주목 받았던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시위는 이제 '주최 없는 시위'의 과제를 속속 남기고 있다.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자 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의 업무 마비는 물론, 예정된 공연·행사가 줄취소되며 피해 추산액이 불어나는 중이다.
무기한 봉쇄는 비단 경제적 피해로만 그치지 않는다. 시위를 통솔할 기준점이 없는 탓에 정치 집단이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사태 개입이 시위 장기화 흐름과 맞물리면서 참정권 요구보다는 양극화된 목소리가 비중을 넓히는 모양새다.
무기한 봉쇄에 체육단체 납세 연기…공연도 줄취소
4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9곳은 1일 기준 총 6개 분야에서 경기장 봉쇄에 따른 피해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번 피해 조치는 △회계·세무 △사무 공간 △자료 제출 등 공문서 △자격 검증 △현장 출입 △종목단체 직원 심리상담 지원 등 분야에서 이뤄졌다. 경기장 봉쇄로 이들 단체의 업무와 훈련이 마비된 데 따른 후속 대응이다.
특히 회계·세무 분야에서는 사업 기간 연장이 필요한 기금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수당·급여 등 회계 업무나 소득세·주민세 등 납부 지연과 관련해서도 잠실세무서가 기한 1개월 연기에 협조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까지 이들 단체 9곳의 누적된 피해 추산액은 총 41억 4161만 원에 달한다. 대한펜싱협회의 피해액이 10억 2500만 원으로 집계돼 전체의 약 25%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대한당구연맹(9억 8084만 원) △대한산악연맹(7억 5980만 원)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3억 3374만 원) △대한우수협회(3억 1798만 원) △대한세팍타크로협회(2억 8600만 원) △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1억 5680만 원) △대한수중핀·수영협회(1억 4824만 원) △대한핸드볼협회(1억 3321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는 피해 현황 집계에 필요한 기본자료가 경기장 내부에 있어 정확한 금액 추산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업무 처리가 지연되는 만큼 이달 기준 피해액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위의 여파는 예술계로도 번졌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핸드볼경기장에서는 공연·행사 7건이 취소됐고, 1건은 장소가 변경됐다.
이에 따른 시설 운영 손실은 총 2억 8500만 원으로 추산된다. 그중 '2026 박서진 전국투어 앙코르 콘서트'는 취소로 인한 추산 손실액만 1억 900만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아 개표소 봉쇄를 주장하는 시민들에게 진입 결정을 알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6.6.16 © 뉴스1 김도우 기자
정치세력 커질수록 신중한 경찰…"점진적 개입 필요"
참정권 침해와 재선거를 주장하며 자율적으로 시작한 시위는 점점 극우 성향 집회로 변질되고 있다.
다만 경찰은 폭행 등 불법 행위가 아닌 이상 강제 개입을 자제하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올다르크'(올림픽공원+잔 다르크)로 불리는 여성이 지난달 16일 개표소 문을 막고 체육단체 진입을 막았을 때 경찰은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봉쇄 27일 만에 개표소에 진입했던 지난 2일에도 경찰은 출입문을 막은 일부 시민을 끌어내는 데 그쳤다.서울경찰청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강제해산이 아닌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한 이동 조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는 경찰의 미온적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일반적인 집회와 달리 주최자가 없고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특수한 형태"라며 "대응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조특위의 개표소 방문과 투표함 반출 시도가 지금의 봉쇄 시위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위 장기화로 본질이 흐려지면서 양극화된 목소리가 비중을 더욱 많이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애초 명확한 주체가 없이 자발적으로 결집한 시위다보니 장기화될수록 '반탄핵 친계엄' 등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집단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기점"이라며 "개표소 진입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진입 과정과 이후 드러난 현장 검증 결과 등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 집회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가려는 시도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시위 과열을 막으면서 기존의 참정권 요구를 보장할 수 있는 점진적인 방식으로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제기됐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개표소 현장 조사를 재차 예고하는 행위는 일종의 보여주기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각각의 정치 세력이 한 공간에 섞인 상태에서 정치권이 개입하니 위기 상황이 증폭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be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