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인쇄골목이 사람 없이 한적하다. 2026.6.30 © 뉴스1 김우진 수습기자
장마를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인쇄골목에서 만난 '용진마스타' 사장 A 씨는 다가올 장마철 걱정에 한숨을 쉬었다. A 씨는 "종이에 물 닿으면 아주 상극인 데다가, 장마철에는 거래 자체가 줄어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을지로 인쇄골목 일대의 상인들은 주변 다른 상가보다도 에어컨을 세게 틀고 있었다. 고온다습한 한국의 여름 날씨 때문에 종이가 습기를 머금을 수 있어서다.
상인들은 다가올 장마철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지난달 선거철 특수도 소수 대형 인쇄 업체들만 누렸고 전반적인 업계 불황을 경험하고 있는데, 장마철까지 겹쳐 장사가 힘들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장마철, 종이 젖고 기계는 먹히고"…벌써 처마 펼친 인쇄골목
을지로 인쇄골목은 충무로 인쇄골목과 함께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인쇄업 중심지다. 이곳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쇄업체들이 다수 위치해 있어, 여전히 아날로그 인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다.
장마철은 이들에게 대표적인 비수기다. 기자가 을지로 인쇄골목을 찾은 지난달 30일은 비 예보가 없는 날이었지만 이미 방수 처마를 다 펼쳐 놓은 상태였다.
이 골목에서 NCR 용지 제본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윤경숙 씨(62·여)는 "종이가 습기를 먹으면 기계가 잘 먹혀, 종이가 꿀렁꿀렁해진다"며 "에어컨을 틀어 놓고 실내에서 기다려 습기를 빼지만, 오래 틀면 춥기도 하다"며 웃었다.윤 씨는 "배달올 때 종이가 젖으면 그때도 일이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기계의 습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컬러 팸플릿, 홍보 책자 인쇄를 주로 하는 업체의 한 직원도 "더워서 에어컨 틀기도 하지만, 더우면 기계에 녹이 슨다"며 "그래도 상업용(일반용 전력) 전기세가 나와 다행이다"고 말했다.
종이 재단 업체에서 종이를 받아 인쇄소와 포장 업체로 옮기던 배달 기사 A 씨는 "비가 오면 배달하는 양 자체가 줄고, 오토바이 뒤에 이걸(방수 천막) 다 펴서 막고 다닌다"며 "(배달량이) 2년 전에 비해 절반은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인쇄골목이 사람 없이 한적하다. 2026.6.30 © 뉴스1 김우진 수습기자
"인쇄는 사양산업"…'선거 특수'도 못 누린 인쇄소들, 장마 앞두고 막막
이렇듯 골목에선 수분과 습기도 대비해야 하지만, 여름 장마철엔 일감 자체도 줄어든다는 불만도 나왔다.
실제로 아직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을지로 인쇄골목은 손님 없이 한적한 모습이었다. 불을 켠 채 낮잠을 자는 사장님들도 보였다.
용진마스타 사장 A 씨는 "비 오면 공치는 날이라는 말도 있지 않냐"며 "장마 끝나면 회사들 휴가철이고, 그래서 주문도 안 한다"고 한탄했다. 혜성지업 직원 남 씨도 "요즘은 비수기"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인쇄업이 점차 사양산업으로 접어드는 것도 문제다. 상인들은 '시대 흐름상 종이 자체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윤 씨는 식당으로 배달할 예정인 계산서 종이를 보여주며 "식당에 가도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이런 계산서는 잘 안 쓴다. 컴퓨터에 입력하면 된다"며 "계약서 이런 종이들도 지금은 다 전자로 한다"고 말했다. 큰 골목에서 리어카로 종이를 끌고 옮기던 한 작업자도 "인쇄는 사양산업"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가게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과거엔 선거철 특수가 있어 수년 전 선거철엔 골목에서 명함과 포스터를 출력하는 기계 소리가 많이 들렸다.
하지만 요즘은 유튜브나 SNS를 활용한 홍보가 늘어났고 조금이나마 있던 홍보물 수요도 소수의 대형 업체로 몰리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선거 특수를 체감하기 어려워진 모양새다.
컬러 인쇄를 전문으로 하던 업체 직원은 "선거는 이제 그냥 그렇다"며 "파주(출판단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