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로키]'홍명보 선임' 철저한 수사해야 하지만 왜 씁쓸할까

사회

뉴스1,

2026년 7월 05일, 오후 01:42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2026.6.29 © 뉴스1 박지혜 기자


어느 조직이든 인사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특히 주요 보직 승진자가 누구냐에 따라 뒷말과 추측이 무성해진다. '라인 잘 탄 것 아닌가' '분명 적임자가 있었는데' '꼭 그가 승진해야만 했는가' 등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도 중책 인사를 두고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물며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명예를 누리고, 수십억 원의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다. 선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데 논란이 안 생긴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홍 전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1무 2패라는 조 최하위의 성적을 내고 쓸쓸히 퇴장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10년 뒤인 2024년 7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지휘할 국가대표 감독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도 1승 2패의 성적에 그치고 자진 사퇴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두 차례 했다는 점이다. 한 번 실패했던 인물이, 다시 스포츠계 최대 요직을 꿰찬 사례다. 비슷한 전례가 과연 있을까. 일반 회사였으면, 오너 일가가 아닌 이상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던 지도자들로서는 '특혜'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 '홍명보는 왜 또 기회를 받는가' '분명 적임자가 있었는데' '라인 잘 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합리적 의심일 수밖에 없다.

홍 전 감독은 물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축협) 회장과 이임생 전 축협 기술총괄 이사 등 전현직 축협 간부들은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들의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는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이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은 축구협회 정관 52조에 따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소관 업무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축협 수뇌부의 밀실 행정이 이뤄졌다는 것이 핵심 의혹이다.

경찰은 '늦장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최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에 사건을 이송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경찰의 정예 수사 인력이 포진한 조직이다. 그전 수사야 어쨌든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온 국민이 진상을 요구하는데, 의혹은 신속히 해소되어야 옳다. 여러 건의 고발이 있었던 데다, '국민의 알권리'에 준할 만큼 사안이 커진 상태다.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씁쓸함이 남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만일 홍 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어도, 경찰 수사의 필요성이 지금처럼 강하게 제기됐을까. 홍 전 감독은 물론 축협 수뇌부는 책임지는 게 분명 맞는다. 하지만 그 방식이 형사처벌이어야 하는지 확답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범죄 성립 여부 등 형사처벌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고소·고발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지난 2023년 11월 고소·고발 반려 제도가 폐지됐다. 그에 따라 고소·고발이 되면 그 대상자는 자동으로 피의자가 돼 수사를 받는다. 피의자는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기관에 입건된 신분이다. 다소 과한 예이긴 하지만, 필자가 누명을 씌울 목적으로 갖고 어떤 회사 직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해도 그는 피의자의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고발이 된 만큼 수사의 근거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자칫 홍 전 감독 수사가 '사정 정국'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특검은 물론 합수본 등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사정 칼날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시기이다.

형법학 학자들이 강조하는 격언이 하나 있다. 형법은 모든 종류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제1수단'이 아니라는 것. 형법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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