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경찰이 이른바 '장윤기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해 현직 수사팀장을 전격 체포하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강제 수사에 나섰다.살인 사건 피의자의 친부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이유로 휴대전화 등 핵심 증거가 잇따라 사라지고 초동수사마저 부실수사로 드러내면서, 경찰 조직의 고질적인 내부 유착 문제와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7시 11분쯤 장윤기 사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수사팀장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A 팀장은 피의자 장윤기가 사용했던 차량 내부에서 일부 핵심 증거물을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광주 도심에서 범인과 일면식도 없는 고교생이 살해된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수사 초반부터 부실 수사와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장윤기의 주거지에서 리얼돌을 발견하고도 이를 압수하지 않고 방치했다. 결국 이 리얼돌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직접 자취방에서 가지고 나와 폐기했다. 이외에 장윤기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임의 폐기됐다. 사건 수사팀은 장윤기의 아버지와 통화해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은 범행에 사용된 SUV 차량에서 혈흔과 지문을 채취하는 등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고도 차량 자체는 압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뒀다.
이후 검찰이 직접 나서 해당 차량을 압수하기 전까지 약 보름 동안, 장윤기의 아버지가 이 범행 차량을 버젓이 운행하고 다닌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수사팀이 차량 내부에서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장윤기는 범행을 위해 사전에 흉기 2점을 준비했고, 케이블타이는 차량 내부에 투명한 비닐봉지 속에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청은 앞서 지난 2일 장윤기의 부친 장 모 경감과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형사 입건이 아닌 경찰청 감찰 대상에 오른 배경에 형법상 '친족 특례' 규정이 있는 점이 알려지며 해당 규정의 개선 필요성도 도마 위에 올렸다.
경찰은 이후 광주청에 수사전담팀을 꾸려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으나, 광주청도 수사·감찰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결국 뒤늦게 본청 차원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날 광주청에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으로 확대 편성하고 수사팀에서 광주청 지휘라인을 배제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피의자 아버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경찰 수사 과정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자의 아버지가 경찰관이었다는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좀 더 넓게 생각한다면 경찰에 '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피의자와 관련되어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면, 경찰관이 다른 경찰관을 긴급 체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사건에서는 이런 일이 있어도 은폐될 수 있어 아주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사건 같은 경우 다른 기관이 개입하기 전에 이미 감찰 기관에서 다 파악하고 있을 정도가 돼야 국민들이 안심할 것"이라고 했다.
일선 경찰서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 전면적인 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특정 경찰서에서 비위가 반복될 경우, 이 경찰서 자체를 거의 분해해 해산시켜 버리는 강도 높은 조치를 한다"며 "왜곡된 문화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청산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h@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