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부실에 증거인멸까지'… 檢 보완수사 떼고 경찰에만 맡겨도 되나

사회

뉴스1,

2026년 7월 07일, 오전 06:00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를 둘러싼 경찰의 부실수사·증거인멸 의혹이 검찰개혁 논의의 핵(核)으로 떠올랐다. 범여권이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밀어붙이는 시점에, 국민적 공분을 샀던 장윤기 사건의 감춰진 민낯이 검찰 보완수사로 드러나는 역설적 장면이 펼쳐지면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6일) 장윤기 부친 A 경감과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 간 유착 및 증거인멸 등 의혹에 대해 "유구무언"이라며 사과했다. 이어 "이번 건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명운을 걸고 하겠다"며 본청 차원의 직접 수사 의지를 밝혔다.

발단은 어쩌면 사소해 보였다. 장 씨의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훼손된 리얼돌'(성인용 인형)이 지목됐지만, 경찰이 초동 수사에서 장 씨의 주거지를 수색하고도 정작 실물을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장 씨의 부친인 A 경감이 리얼돌을 폐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윤기 수사를 담당한 경찰이 A 경감과 수십 차례 통화하며 수사 정보를 흘린 정황, 주요 범행 도구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보존하지 않은 점, 수사팀장 B 씨가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케이블타이(공업용 묶음 끈)를 누락 혹은 은폐한 혐의(증거인멸)로 긴급 체포되는 등이 여러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진 것이다.

법조계는 경찰의 이른바 '제식구 봐주기 수사'가 곳곳에 만연한 관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1월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진행 중인 수사 기밀을 전·현직 경찰이 사무장으로 있는 법무법인에 넘긴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현직 경찰 4명이 무더기로 적발된 '부산 뇌물 경찰'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서정화)는 "지역 법무법인이 경찰 출신 사무장들의 인맥을 통해 경찰 수사 담당자들과 유착해 수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빼내고, 이를 사건 수임에 악용하는 지역 토착형 '법조·경찰 유착 비리'"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법조계가 더 주목하는 대목은 이번 의혹이 '보완수사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의 한복판에서 불거졌다는 점이다. 범여권은 검찰의 직접·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경찰)로 일원화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인데, 정작 '경찰에게만 수사를 맡겨도 되겠느냐'는 사회적 물음표가 던져진 것이다.

법조계는 이번 의혹이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의 방향을 트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수사를 오직 경찰에만 맡겼을 때 사건이 암장(暗葬)되거나 조직적 부패로 이어질 가능성,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 보완수사의 필요성이 장윤기 사건을 통해 국민 피부에 와닿는 현실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자문위원을 역임한 양홍석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지면 경찰의 사건 암장이 훨씬 늘어날 위험이 있다"며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의구심이 들어도 해당 수사팀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상) 경찰에게 사건을 더 완벽하게 축소·은폐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1차 수사기관(경찰)이 다룬 사건을 검사가 다시 검증하고, 혹시 놓쳤을지 모를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보완수사의 입법 취지"라며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도록 하는 '전건송치'를 검찰이 끝까지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지난 6일 전국 지검·지청 검사들의 의견을 모은 '형사소송법 개정 우려 사항'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법무부는 최종 검토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대검 의견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일선 검사들은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한 개정안은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경찰관에 대해 직무배제·교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현행법보다 후퇴한 내용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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