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전 축구감독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4 © 뉴스1 권현진 기자
최용수 감독은 처절한 실패로 끝난 홍명보호의 북중미 월드컵을 짧게 되돌아보며 "전 세계가 잔치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초상집이 됐다"고 했다.
최 감독이 짚은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소극적 운영'이었다. 그는 "역대급이라 평가된 멤버와 행운의 조편성 속에서 너무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며 "상대는 우리를 두려워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가진 능력을 믿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운영했다. 우리 대표팀이 가진 장점을 절반도 쏟아내지 못해 실패한 대회"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잔치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아쉽다. 전 세계가 축제인데 우리만 즐기지 못했다"면서 "왜 우리는 다른 나라 경기(32강 진출 경우의 수를 위해)를 애타게 봐야하나.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국민들을 화나게 했다"고 한숨지었다.
'축구협회의 벽'부터 허물어야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계를 완전히 갈아엎어야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홍명보호의 실패를 넘어 한국 축구의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이다. 축구팬과 일반 시민뿐 아니라 국회와 정부까지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일단 변화는 시작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6일 사임을 공식 발표하며 길었던 '정몽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 2013년 처음 축구협회장에 오른 지 13년 5개월 만이자 지난해 2월 4선에 성공한 지 1년 5개월 만에 한국 축구 수장직에서 내려온다.
정 회장의 사퇴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축구계와 축구협회를 향한 축구인과 일반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을 지우기 위해 이제 많은 이들의 긴 노력이 필요하다. 최용수 감독은 우선적으로 '축구협회의 벽'을 허물어야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금껏 대한축구협회는, 대한민국 축구인들이 가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비극이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일본 축구인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누구든지 JFA에 가서 현안을 이야기하고 조언하고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라면서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든 아마추어 지도자든 협회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전한 문화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누군가'의 의견만 뚝 떨어졌던 곳 아니냐"고 지적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남긴 대한축구협회(KFA)가 무능과 카르텔, 불공정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조별리그 탈락 참사를 겪은 지 벌써 6일째를 맞이했지만, 축구협회는 사과 한마디는 커녕 공식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의 거울에 비쳐 일그러진 대한축구협회 앰블럼. 2026.7.1 © 뉴스1 오대일 기자
"A매치 결과 좋으면 '만사 OK' 문화 바뀌어야"
그러면서 "축구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편안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자신도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하는 '축구인의 집'이 사조직처럼 운영됐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사람도, 의견도 자유롭게 오가는 장소로 바뀌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그리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현역 시절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교토 퍼플 상가 등에서 활약한 최 감독은 일본 축구계는 과거부터 일관된 방향성으로 내일을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내가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가 2001년이다. 그때도 JFA와 J리그는 각 구단 강화부장들을 수시로 불러 소통하며 청사진을 그렸다. 각 팀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모두가 똑같은 형태로 팀을 운영할 수는 없으나 일본 축구가, J리그가 지향해야할 방향성을 함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유소년 육성법이나 훈련법 같은 것을 공유하면서 나가야야할 방향을 만들어나갔다. 그게 상생이다. 눈앞에 것에만 급급하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서 "이제 대한축구협회도 일관된 정책, 모든 축구계를 아우르는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그저 국가대표팀 경기 결과가 좋으면 '만사 OK'라는 문화도 갈아야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뒤 충격에 빠져 있다. 2026.6.25 © 뉴스1 박지혜 기자
"축구인,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평소에도 '한국 축구의 문제는 축구인 전체가 반성해야할 일'이라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던 최 감독은 다시 한번 자성을 요구했다.
그는 "지금도 축구협회에서 일하는 축구인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인을 기용하는 협회도, 협회에서 일하는 축구인도 '잠시 머물다 떠나는' 형식에 그치는 일이 적잖았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이어 "일반인 행정가들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축구인 출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서 하나의 뜻을 모아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축구협회는 그러지 못했다"면서 "축구인들은 '내 의견은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 단정하고 협회 직원들은 '곧 떠날 사람의 주문'이라 생각하니 생산적인 결과물이 나왔겠나"라고 성토했다.
최용수 전 축구감독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4 © 뉴스1 권현진 기자
나아가 최용수 감독은 과연 어른들이 미래 세대를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지 물으며 자신도 함께 반성했다.
그는 "일본의 유소년들을 보면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축구를 한다. 보는 나도 즐거웠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축구하고 성장해야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성적에 연연하니 경직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 뒤 "축구협회나 K리그 차원에서 유소년 육성을 위한 장기 플랜을 반드시 마련해야한다. 일본과 한국 축구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것은 그 미래에 대한 준비부터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일본의 축구인들은 은퇴 후 축구 지도자나 행정가 등 다양한 형태로 축구계에 계속 몸담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너무 방송이나 예능 쪽에 집중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지적을 받으면 나 역시 뜨끔하다"면서 "더 이상 늦어지면 곤란하다. 달라질 한국 축구의 내일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축구인들이 진심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호소했다.
lastuncl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