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을 지옉화폐로 준다?…노동계 "철회하라" 반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09일, 오후 08:53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성과급이나 보너스의 일부를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노동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화폐 사용가능매장.(사진=연합뉴스)
지역화폐 사용가능매장.(사진=연합뉴스)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법안은 대기업 성과급의 지역 소비 선순환, 외국인 노동자 해외 송금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 제한이 발의 배경으로 제시됐지만, 임금 통화 지급 원칙을 훼손하고 실질임금을 잠식한다는 점에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 법안은 ‘근로계약서 등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공제하거나 지역사랑상품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라며 “‘동의’는 고용관계의 힘의 불균형 속에서 실질적 자유의사이기 어려우며,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거부하지 못하는 근로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개정안은 지역사랑상품권 외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이외의 것’이라는 포괄적 위임 조항을 둬, 지급 비율의 상한이나 대상 수단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시행령으로 지급수단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게 열어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그 대상은 협상력이 약해 선택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중소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다”며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돌리는 것을 근본 해법으로 삼기보다는 기업 투자 유인책과 지역균형발전 재정 확대, 지역 산업 육성 같은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의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임금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재산이며, 자유롭게 사용하고 처분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이 임금을 통화로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도 노동자의 생계와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안은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노동현장에서는 채용 과정이나 인사평가,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사실상의 동의 강요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노동자의 임금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근로기준법의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은 노동자의 생계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8일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계약서 등으로 근로자와 사전 합의할 경우 임금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통화로 직접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통화 이외의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개정안은 이 예외 규정에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를 추가하고, 통화 이외의 지급수단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자가 동의하면 기업은 성과급이나 보너스 등 임금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

박 의원은 “본 개정안은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임금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며 “기업의 이윤 창출과 이에 따라 지급되는 보너스, 성과급 등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의 기반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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