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가르쳤더니 "좌파 사상 주입"…교사 5명 중 1명 정치민원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09일, 오후 07:02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교과서에 따라 5·18민주화운동을 설명하거나 역사 수업을 진행했음에도 ‘좌파 사상 주입’이라는 민원을 받는 등 교사 5명 중 1명이 정치적 중립성 위반 항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초등학교 교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한 초등학교 교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9일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사노조는 작년 11월 3일부터 9일까지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 1천937명 중 391명(20.2%)은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했음에도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항의나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신고·고소를 하겠다는 위협을 받은 경험’은 169건(8.7%), ‘실제 신고·고소 등 법적 절차를 겪은 경험’은 39건(2.0%)으로 파악됐다.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민원을 받은 사례는 주로 역사 교육 과정에서 집중됐다.

교과서에 따라 일제강점기와 3·1운동, 유관순 열사, 5·18민주화운동 등을 설명했음에도 “좌파 사상 주입” 또는 “공산당을 옹호한다”는 취지의 항의를 받았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인 ‘서울의 봄’, ‘택시운전사’를 수업 자료로 활용한 뒤 민원을 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나 통일·독도 관련 교육에도 항의를 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 계기 안전 교육 차원의 설명에도 ‘좌파 사상 주입’이라는 공격을 받았으며, 독도 교육 시 ‘반일 감정 조장’, ‘빨갱이’ 민원을 받은 교사도 있었다.

정치·시민교육 역시 민원 대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수업에서 선거공보물을 활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가져오도록 안내했다가 “이런 수업은 하지 말라”는 항의를 받았다는 사례도 조사됐다.

이에 상당수 교사는 민원이 두려워 배경 설명을 생략하고 단순히 교과서만 읽는 수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교사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5000명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7~22일 전국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2.4%)은 현실 정치 쟁점과 사회문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응답자들은 시민교육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교사의 정치적 편향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현실 정치 쟁점과 사회 문제 수업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선 응답자의 63.6%가 ‘교사의 정치적 편향에 따른 왜곡된 시각 주입’을 꼽았다.

그다음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로 학교 내 갈등·혼란 우려’가 16.2%로 많았다.

교사노조 정책연구원은 “학교 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형성됐지만 정치 편향 민원,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모호한 해석, 교사 보호 장치의 부재 등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교사가 시민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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