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뉴스1
지인 아들에게 욕설했다가 모욕죄로 기소된 A 씨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단을 받았다. 가족들만 들은 욕설이라면 모욕죄의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5월 20일 모욕죄로 A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피고인 A 씨는 2023년 5월 '토지 경계' 문제로 지인과 다투던 중 지인의 아들 B 씨에게 "넌 뭐 하는 XX야. 네가 저 XX 자식이냐?"라며 욕설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이후 A 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벌금, 과료 등 비교적 가벼운 형벌을 내리는 사건에서 정식 재판 없이 검사가 제출한 기록 등을 읽어보고 법원이 내리는 판단이다.
1심은 "A 씨가 욕설할 당시 인근 이웃주민 2명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A 씨가 대낮에 공개된 노상에서 욕설한 점에 비추어 보면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인근 주민 2명'이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욕설을 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면서도 "(당시 현장에 있던) A 씨 부모와 피해자 부친이 욕설을 들은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부친은 피해자와의 관계에 비추어 전파 가능성이 없지만 A 씨 부모는 피해자와 특별한 관계가 없고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불특정 다수'이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전파 가능성이 있는 '특정 소수'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욕설의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원심판결이 무겁다는 항소를 받아들여 A 씨에게 1심보다 가벼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A 씨 부모와 피해자 부친 외에 욕설을 들은 사람이 있었다고 할 만한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대해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A 씨 부모 입장에서 보더라도, A 씨가 피해자 측과의 다툼 중 불편한 감정을 거칠게 표현한 욕설을 그대로 옮겨 주위에 전파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고, A 씨가 욕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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