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인권의날 기념행사에 참석하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에 가로막혀 있다. (공동취재) 2025.12.10 © 뉴스1 김진환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의결한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안을 폐기하는 내용의 안건이 약 2시간 40분에 걸친 논의에도 상정되지 않았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상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직후 인권위원 6명은 회의실을 중도 퇴장하고 안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회의실에서 제13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해당 안건은 지난 10일 이숙진·오영근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 비상임위원이 발의했다. 안 위원장이 이날 회의 시작 직전까지 안건을 결재하지 않아 오후 3시 전원위 상정이 불투명한 상황이었으나 회의 시작 약 30분 전쯤 안 위원장이 안건을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에는 지난해 2월 통과된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만큼 이를 폐기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 위원장은 "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성, 나아가 신뢰 확보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 갖고 있는 안건"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이 안건의 적법성이나 적격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소수자 인권도 소중하지만 인권위원회법에는 모든 사람 인권을 보호하도록 돼 있다"라며 "적법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 잘못됐다는 건 도저히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회의에서 보수·진보 성향 인권들은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공방을 벌였다. 인권위 위원은 현재 보수 성향 4명, 진보 6명, 중도 1명 등으로 채워진 상태다.
보수 성향 위원은 해당 안건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혜 위원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권고안 폐기는) 불가능하다"며 "방어권 보장 안건은 절차에 대한 권고 및 의견 표명이기 때문에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위원들은 조속히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숙진 위원은 "권력자에 대한 형사법 원칙을 지키라는 안건을 의결해 헌법재판소와 법원, 수사기관에 그리고 그것을 의결하던 중에 중간에 갑자기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조건을 다룬 신속한 탄핵 각하 의견까지 전례 없던 의견 표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임명돼 이날 첫 회의에 참석한 김민문정 위원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의 핵심은 국가의 헌정 질서 파괴와 많은 사람들의 인권이 침해된 그 현실이었다"며 "인권위원회에는 변화가 필요하며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인권위원 6명이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과 관련해 입장을 표하고 있다. 2026.7.13 © 뉴스1 유채연 기자
안 위원장은 2시간 40여 분에 걸친 공방 끝에 "안건을 분명히 상정하겠으나 사안의 중대성과 법리적인 검토를 할 사항이 있다"며 이날 상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직후 안건을 발의한 이숙진·오영근·오완호·조숙현·소라미 위원과 김민문정 위원은 결정에 회의장에서 퇴장하고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에 대해 "치욕적인 의결"이라며 "안 위원장은 정당한 안건의 상정조차 거부하며 인권기구 수장으로서의 책무를 또다시 저버렸다"며 "안 위원장이 끝까지 직을 유지하며 독단적 운영으로 인권위 정상화를 가로막는다면 앞으로 초래될 인권위 운영의 파행 책임은 전적으로 안 위원장에게 있다"고 했다.
한편 인권위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안 위원장이 윤석열 방어권 보장안 의결 등에 대한 반성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에 반발하며 보직 반납 의사를 밝히고 사퇴를 요구해 왔다.
kit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