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요구권 강제력 없어…경찰 은폐·부실수사 견제장치 전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전 07:01

[이데일리 백주아 남궁민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서 한 발 물러나 보완수사요구권, 시정조치권, 재수사요구권 등을 남겨놓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검찰의 각종 요구권이 강제력이 부족해 경찰의 부실·형식·축소 수사가 이뤄질 경우 이를 실질적으로 바로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은 △수사권 조정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감독 강화 △고소인·피해자 보호 강화 등 3가지를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형사소송법 전반에서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규정한 조항을 정비하고 수사는 사법경찰과 특별사법경찰 등 수사기관이 담당토록 했다. 대신 공소청이 다른 수사기관을 견제할 수 있도록 시정조치권·보완수사요구권·재수사요구권을 마련했다. 보완수사요구에는 원칙적으로 1개월, 필요하면 1회에 한해 1개월 연장할 수 있는 기한도 신설했다. 또 보완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관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각급 공소청장이 담당자 교체나 수사기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보완수사요구 ‘1개월’…강제력 없는 요구권 실효성 논란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이 마련한 견제 장치들이 대부분 강제력이 없는 ‘요구권 수준이라 실질적인 통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대응하더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단이 부족해서다.

김성룡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복잡다단한 사안의 경우 보완수사요구 기한 내에 충실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한을 명시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충실한 수사가 어려운 제도 설계에 따른 불이익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국무조정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도 “검찰이 수사당국을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 제재 수단이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장치가 없다면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시정요구나 징계, 담당 수사관 교체 등 현재 설계한 제도로 한계가 나타날 경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필요성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기관 간 협의를 통해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를 막는 방안과 함께 시스템적으로 강제력을 갖춘 권한 부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검사가 수사의 주체가 아닌데 어떻게 담당자 교체를 요구하고 거기에 강제력을 부여할 수 있겠느냐”며 “그것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 충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경찰이 실질적인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그래픽= 김일환 기자)
◇“문서 자체를 안 만들면”…사건기록송부도 한계

개정 형사소송법은 전건송치(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결론과 무관하게 모두 검찰에 넘겨 검사가 법리 판단과 통제를 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대신 ’사건기록송부‘ 조항을 신설해 수사기관이 사건을 종결할 경우 작성한 문서와 기록의 목록을 함께 작성토록 했다.

김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장윤기 사건‘을 거론하며 “애초에 문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조직적으로 파기·누락한 경우 등에는 부실수사·봐주기수사·사건암장을 통제하거나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협회장도 “문서 목록 작성 의무만으로는 의도적인 미작성이나 누락을 적발하기 쉽지 않다”며 “장윤기 사건은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배제될 경우 사건의 실체가 얼마든지 은폐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사후 이중 점검 체계를 마련해 수사의 모든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고발인까지 확대한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를 제한할 수는 있어도 수사의 통제·관리 기능까지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검사를 없애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을 위한 법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협회장은 “사건의 조직적 은폐가 이뤄지면 고발인은 이의신청의 전제가 되는 정보 자체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보의 투명성 확보와 기관 간 견제, 변호인의 참여권·조력권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중대범죄나 주요 공익 사건은 전건송치를 통한 이중 점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정안이 구속기간을 ’경찰 10일, 검사 10일, 추가 10일‘ 구조로 재편한 데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김 부협회장은 “검사가 당사자 진술을 직접 검증하거나 추가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신체 구속의 적정성을 심사하게 되면 절차적 권리 보장이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구속기간만 경과하거나 부실한 기록에 의존해 부당한 구속 연장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구속 사건에 한해서는 검사의 제한적 직접 보완수사나 대면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검사의 이름으로 경찰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사실상 행정부의 불법적 행정구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인권보호 측면에서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견제 공백은 공통된 우려…보완책 필요

앞서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수사의 주체만 검사에서 사법경찰로 바뀌는 것”이라며 수사 지연 우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로 수사 종결권을 일원화 할 경우 조직적 은폐나 부실수사를 통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는 만큼 개정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검찰 출신 차호동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변호사(전 대전지검 서산지청장)는 “수사는 결국 형사재판을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사법 절차인 만큼 강한 수사권에는 그에 상응하는 사법적 통제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대륙법계 국가들은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더라도 검사가 사전적·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처럼 통제는 약화시키면서 수사권만 남기는 방향은 법치주의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협회장은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전면 확대하기보다는 민생사건과 중대범죄에 한정한 제한적·보충적 보완수사권, 전건송치에 따른 이중 점검, 변호인 참여권 확대, 수사인권보호관 제도 등을 함께 마련해 권한 남용을 방지하면서도 국민 권리구제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찰 출신인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창원지검 거창지청장)는 직접수사권 폐지 자체보다 제도 설계의 완성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실험 자체는 해볼 만하지만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 문제는 수사체계와 형사절차 관점에서 철저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현재 개혁 논의는 서로 다른 수사체계의 요소들을 지나치게 쉽게 혼합한다는 전제 아래 급속하고 무반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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