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영상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6.5 © 뉴스1 김명섭 기자
정부가 발표한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에는 현장의 위험 신호를 수사기관과 법원에 연결하기 위해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10개월간 물밑 추진한 협의 결과가 담겼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여성단체와 전문가, 피해자 지원시설의 목소리를 듣고 관계 부처와 공조하며 스토킹·교제폭력 대응책을 관계부처 협업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계서 법원·경찰까지…최소 18차례 공식 협의
14일 성평등부 등에 따르면 원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전날(13일) 법무부·대검찰청·경찰청 합동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 발표에 이르기까지 여성단체와 전문가, 피해자 지원시설, 법원행정처·경찰청 등을 상대로 비공식 일정 제외 최소 18차례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원 장관은 취임 엿새 만에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방문했다. 당시 현장에서 제기된 요구는 부처간 협의와 스토킹·교제폭력 대책을 보완하는 과정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달 24일에는 성평등부가 자리한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경찰청과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어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과 검찰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 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관련 내용을 담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회의 반년 만인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상태다.
(성평등부 제공)
원 장관의 행보는 피해자 지원 현장을 넘어 경찰과 사법기관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법원행정처장을 만난 데 이어 올해 3월 경찰청 차장과 법원행정처 차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6월에는 법원행정처 차장을 다시 만나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원 장관은 수사기록만으로는 피해자가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다시 범행할 위험이 얼마나 큰지 등을 법원이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이번 대책안에 수사기관의 잠정조치 신청·청구 시 피해상담사실확인서와 상담소 모니터링 자료를 첨부하도록 활성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배경이다. 판사에게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전달되도록 해,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가해자 격리조치 판단이 면밀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상담·수사·재판 잇는 상시 협의 체계 구축
전국 경찰서 261곳과 가정폭력상담소 189곳을 연결해 피해자에 대한 경찰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공동대응체계도 원 장관이 직접 점검해 온 과제로 전해진다. 성평등부와 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해 고위험 피해자는 경찰이 집중 관리하고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는 상담소가 모니터링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3일 원 장관은 경찰과 상담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운영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친밀관계폭력 사망사건 사례분석 제도 역시 성평등부가 이번 대책에 포함한 핵심 과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진행 중인 이번 사례분석 결과는 올해 말 보고서로 발표될 예정이다.피해자·주변인 면담과 수사·재판 기록 등을 토대로사건 발생 전 신고와 상담, 수사, 피해자 보호, 재판 등 각 단계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심층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과 장윤기 사건 등도 사례분석 대상에 포함할지 검토하고 있다. 성평등부는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상시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도입 근거를 담은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협의체 킥 오프 회의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요훈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원 장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2026.6.9 © 뉴스1 김명섭 기자
성평등부는 피해 지원과 수사, 재판을 잇는 상시 대응체계의 기반도 마련했다. 성평등부와 법무부, 경찰청은 오는 8월 첫 관계기관 합동 젠더폭력 대응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법원 내 연구회 등도 참여시켜 기관별 인식 차이를 줄이고 제도 개선 과제를 상시 발굴하기 위해 향후 3개월마다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처 안팎에서는 변호사 출신인 원 장관의 경력이 관계기관 협의를 끌어내는 데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번방 사건 대응을 비롯해 여성폭력 피해 지원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법조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법원과 수사기관에 현장의 문제를 직접 전달하고 이를 구체적인 제도 개선 과제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다만 장관 개인의 전문성과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의 성과가 부처 내부의 기획·조정 역량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산과 인력 제약으로 높아진 내부 업무 강도를 조정하고 정책 추진 속도에 걸맞은 조직 역량을 갖추는 일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범죄 669건 가운데 140건(20.9%)은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성폭력 등 여성폭력이 선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피해자는 여성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으며 20~50대에 집중됐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서울 서초구 법원행정처에서 기우종 법원행정처장 권한대행을 만나 스토킹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4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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