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부교수. (사진=안치영 기자)
응답자 가운데 현재도 분만을 하는 전문의는 12명(57.1%), 분만을 중단한 전문의는 9명(42.9%)이었다. 분만을 중단한 시점은 전임의 수료 후 평균 5년이었다.
산과를 선택한 이유는 경제적 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응답자의 76.2%는 ‘롤모델이 된 선배·교수의 영향’을 꼽았고, ‘생명을 다루는 일에 대한 보람과 사명감’은 71.4%, ‘산과 술기와 수술에 대한 학문적 흥미’는 52.4%를 각각 기록했다. 사명감과 전문성이 산과 진입의 가장 큰 동기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의가 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분만을 중단한 전문의들은 모두 높은 근무 강도(100%)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의료분쟁·소송에 따른 법적 리스크(88.9%), 낮은 수가와 보상체계(77.8%), 삶의 질 저하(66.7%) 순이었다. 분만을 포기하는 배경에 경제적 보상뿐 아니라 근무환경과 법적 위험이 함께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자료='산부인과 회복을 위한 정책포럼' 자료집)
분만을 포기한 의사와 현재 분만을 하는 의사가 느끼는 어려움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은 분만 인력 감소가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성 교수는 이를 ‘산과 시스템 붕괴의 악순환’으로 설명했다. 전공의 지원 감소는 전임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교수 인력 부족과 교육 역량 약화를 초래한다. 교육 기반이 흔들리면 산과를 선택하는 후배 의사가 줄고, 다시 분만 인력이 감소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교육과 수련체계 자체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문에서는 필요한 정책도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완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외에도 △분만 관련 의료배상책임보험 지원 △고위험 분만 수가 인상 △당직전담의와 인력 배치 기준 마련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단순한 수가 인상보다 의료사고 안전망과 근무환경 개선을 함께 요구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대한산부인과학회와 학회 내 전라포럼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정책제안서에도 반영됐다. 최근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운영 위기를 전국 필수의료 붕괴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로 규정하고 있지만 호남권을 분만의료 회복 시범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또한 현재 전국 시·군·구의 약 42%가 분만취약지이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도 13% 수준에 불과한 만큼 지역필수의료복무제 도입, 비수도권 전문의 양성체계 강화, 의료사고 부담 완화, 분만·NICU 지역가산수가와 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