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노원구의 한 순댓국집에서 열린 도봉구 6·25 참전용사 생일잔치에서 참석자들이 '6·25' 초가 꽂힌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박민규 씨는 이날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생일잔치를 열고 식사와 선물을 마련했다. 2026.7.16 © News1 소봄이 기자
"생일이니까 고깔 쓰셔요. 이거 다 추억이잖아."
16일 오전 11시 서울 노원구의 한 순댓국집. 파란색 고깔모자를 받아 든 90대 참전용사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들은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에 맞춰 '6·25' 초가 꽂힌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잠시 뒤 식탁에는 김이 나는 순댓국이 한 그릇씩 놓였다.
이날 생일 잔치는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박민규 씨(32)가 마련했다. 박 씨는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주방에서 순댓국을 준비했고, 어머니 문정희 씨(60)는 장미꽃 한 송이와 생필품, 롤케이크, 용돈 등이 담긴 선물꾸러미를 들고 참전용사들을 맞았다.
식당 한쪽 벽에는 국가유공자 무료 식사를 알리는 안내문과 참전용사들이 남긴 감사 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가득했다. 노원구 보훈단체장협의회 감사패와 노원구청장 표창장은 박 씨가 이어온 나눔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6·25 참전용사 생일잔치에서 참석자들이 순댓국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 2026.7.16 © News1 소봄이 기자
박 씨는 지난해 8월 가게를 연 뒤 같은 해 9월부터 저소득층과 독거노인 등을 위한 무료 식사를 시작했다. 이후 6·25 참전용사와 월남전 참전용사 등 국가유공자들에게도 무료로 국밥을 제공하며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생일 잔치는 점심 손님이 몰리기 시작한 시간에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3분기 생일을 맞은 도봉구 6·25 참전용사 8명이 가족과 인솔자 등과 함께 참석했다. 참전용사들로 자리가 모두 차면서 식사하러 온 일부 손님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생일 잔치에 초대받은 참전용사 박 모 씨(92)는 국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운 뒤 "기분 좋다. 사장님이 이렇게 우리를 기억해 주고 불러주시니 너무 좋다"고 했다.
김상묵 씨(94)도 "오늘 이렇게 생일을 챙겨주고 베풀어줘서 대단히 감사하다"며 박 씨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도봉구 6·25 참전유공자회 사무국장인 김성용 씨(93)는 "참전유공자 평균 나이가 95세 정도 된다"며 "회원들을 모아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데, 1년에 한 번이라도 생일을 함께 축하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박민규 씨(왼쪽)가 도봉구 6·25참전유공자회 김성용 사무국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7.16 © News1 소봄이 기자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6·25 참전유공자는 2만3935명이다. 정부는 올해 참전 명예 수당을 월 45만 원으로 인상하고 의료·복지 지원을 확대하는 등 참전유공자 예우를 강화하고 있다.
박 씨는 무료 식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어릴 때부터 장사하면서 베풀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외증조부가 독립유공자였고, 어머니께 국가유공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배우며 자랐다"고 말했다.
무료 식사는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각지의 국가유공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일반 손님들의 선결제와 물품 기부도 이어졌고, 옆 가게 상인도 국가유공자들에게 식혜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박 씨는 "돈은 나중에 벌면 되지만 참전용사 어르신들께 생일 잔치를 해드릴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5년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참전용사분들이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켜주셨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도 강조했다.
끝으로 박 씨는 "젊은 세대도 이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역사를 배우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