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전달 받고 환호하고 있다. 2026.6.4 © 뉴스1 김도우 기자
5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사업가에게 조사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번 주 나온다.
1심 선고는 오 시장의 정치적 운명을 가늠할 첫 분수령이다. 시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되면 향후 정치 행보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무죄 또는 벌금 100만 원 미만이 나오면 '특검의 정치적 기소'였다는 오 시장의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항우)는 오는 22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오 시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3300만 원 추징을 구형했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 조사비용 약 3300만 원을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민중기 특별검사. 2025.12.29 © 뉴스1 박정호 기자
변수 떠오른 尹 '명태균 여론조사' 1심 유죄 판결
특검은 오 시장이 선거에 활용할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대납 과정에 관여하거나 최소한 알고는 있었다고 의심한다. 반면 오 시장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하거나 대납을 지시한 적이 없고, 김 씨가 대납한 사실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명 씨가 제공한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하는지, 오 시장이 비용 대납을 인식하거나 지시 혹은 승낙해 사실상 묵인했는지 여부다.
최근 윤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수수' 사건의 1심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 씨간 '묵시적' 의사 합치'를 인정하며 유죄 판결한 점이 변수로 거론되는 이유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선고에서 선거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의 금전적 가치가 충분하고, 이를 무상으로 받았다면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 씨 사이에 '묵시적 의사 합치'가 이뤄졌다고도 인정했는데, 김 여사 사건 1·2심이 공식 서류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는 다른 결론이었다.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 사건 판결이 밝힌 법리를 참고할 경우,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지시한 명시적 증거가 없다는 취지의 오 시장 측 방어 논리가 약화할 수 있다.
이에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 판결을 분석한 내용의 의견서를 오 시장 사건 재판부에 제출하며 막판 법리 보강에 나섰다.
특검은 의견서에서 "오세훈 시장은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 했고 명 씨는 이를 위해 결과를 조작했다"며 오 시장을 여론조사 의뢰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공직 취임이 제한되거나 이미 취임한 공직에서 퇴직해야 하는 신분상 불이익이 따르더라도 이를 실질적인 감형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시된 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2025.11.8 © 뉴스1 김성진 기자
반면 두 사건의 법리적 쟁점이 달라 동일 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명 씨 측이 여론조사를 직접 무상 제공한 구조인 반면, 오 시장 사건은 사업가 김 씨가 실제 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신 지급한 구조다.
즉 오 시장이 여론조사의 의뢰자였는지뿐만 아니라 김 씨의 비용 대납을 알고 이를 승낙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여론조사 실무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된 강철원 전 부시장과 김 씨가 의사결정 구조의 중간에 제3자로서 존재한다는 점도 윤 전 대통령 사건과는 다른 지점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 2025.11.12 © 뉴스1 이승배 기자
늦어도 내년 초 판결 확정…'대권잠룡' 오세훈 운명은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도 이번 1심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오 시장은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이자, 유력한 야권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 1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면 시장직 상실 가능성을 안고 상급심을 이어가야 해 향후 정치 행보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특검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오 시장의 주장과 그의 정치적 입지에도 다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은 민주당의,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특검법을 바탕으로 정치에 종속된 검사들이 기소한 사건"이라며 "민중기 특검 검사들에게 떳떳하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명 씨는 저와 청국장을 먹는 사진까지 남길 정도로 용의주도한 사람인데 왜 저와의 녹취는 하나도 없느냐"며 "특검이 제시한 증거 가운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특검은 "오 시장은 누구보다 정치자금법을 준수해야 할 지위에 있었지만 여론조사 비용을 제3자가 지급하도록 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훼손했다"며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도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한편 오 시장의 확정판결은 늦어도 내년 1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의 '6·3·3' 규정(1심은 6개월 내, 2·3심은 3개월 내)에 따라 오 시장 혹은 특검이 상급심 판단을 구한다면 대법원은 내년 1월 전후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zionwkd@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