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아트테크’란 유망한 미술품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매입한 뒤 작품 가치가 상승하면 매각해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미술품은 계약서에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투자자들은 작품의 실물을 보지도 인도받지도 못했고 심지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작품도 포함돼 있었다.
투자 구조는 그럴듯했다. 투자자가 갤러리로부터 미술품을 구매한 뒤 다시 갤러리에 맡기면 갤러리가 해당 미술품의 저작권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매월 0.8%를 ‘저작권 이용료’로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1년 후 투자자가 원하면 갤러리가 미술품을 다시 매입해준다는 재매입 약정까지 더해 사실상 원금 보장까지 약속했다. 투자자들은 미술품 구매계약서와 함께 저작권 사용계약서, 재매입 계약서까지 작성하며 안전한 투자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 허황된 투자 구조의 가장 큰 허점은 바로 ‘저작권’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면 그 작품의 저작권도 함께 취득한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미술품의 소유권과 저작권은 전혀 다른 권리다. 미술품을 구매하더라도 저작권은 여전히 창작자인 작가가 보유한다. 미술품을 소유한다고 해서 이를 복제·상품화하거나 라이선스를 부여할 권리가 소유자에게 생기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미술품 소유자에게는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제한적인 권리가 주어지는데 이마저도 미술품을 전시를 위해 대여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알 정도의 유명 작품이 아닌 이상 상당한 대여료를 기대하기 어렵고 매월 투자금의 0.8%를 안정적으로 지급할 만큼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작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미술품 구매도 저작권 사용도 모두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명목에 불과했을 뿐 그 실질은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금융사기였던 것이다.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인 필자 역시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주변 지인들로부터 해당 투자 구조에 대한 법률 검토를 여러 차례 요청받았다. 그때마다 필자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법적으로도 사업 구조상으로도 성립하기 어려운 모델이니 절대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대규모 미술 투자 사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미술시장 특유의 정보 비대칭성과 불투명성에 있다. 미술시장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객관적인 시세를 확인하기 어렵고 작품의 예술성과 장래 가치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매자는 작품이 실제 존재하는지 작가의 경력이나 시장성, 설명하는 수익 구조가 현실적인지조차 스스로 검증하기 어렵다 보니 구매자는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미술시장의 불투명성을 키우며 사기범들이 파고들 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기사건을 넘어 우리 미술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이기도 하다.
미술품은 충분히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투자에는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투자자는 작품의 가치뿐 아니라 거래 구조와 권리관계에 대한 이해 역시 투자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미술시장의 투명성 제고도 급선무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미술투자’ 사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미술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투자상품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질서와 충분한 정보 공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다. 그래야만 ‘미술’이 건강한 문화 투자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