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유학생은 어떡하라고"…美 비자 4년 제한에 유학생들 '날벼락'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0일, 오전 06:10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 인터뷰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6.7.17 © 뉴스1 박세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에 공부하러 오는 유학생들의 체류 기간을 4년으로 제한하면서, 유학생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학업 기간이 긴 박사과정 유학생들과 군 입대를 앞둔 유학생들이 학업 과정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학생, 교환 방문객, 외국 언론인에 대한 비자 규정을 대폭 변경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F-1 학생비자는 최대 4년까지만 체류가 허용된다. 지금까지는 유학생들이 미국 내 학업·고용 프로그램이 지속되는 동안 체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4년 후에도 체류가 필요할 시 DHS에 연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까다로워진 체류 연장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 비자 소지자에게도 이번 제도 변경이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미국에 있는 유학생들도 진행 중이던 학업을 끝마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통상 학위 취득까지 4년 이상 걸리는 석·박사 유학생들은 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갑자기 귀국길에 오르게 될까 봐 염려하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A 씨(30·여)는 19일 뉴스1에 "아직까지 알려진 바는 정확히 없지만 유학생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부 과들은 4년으로 박사 과정이 끝나지 않는데, 학업 프로그램 자체가 4년보다 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도"라고 호소했다.

예컨대 심리학 박사 과정 학생들은 통상적으로 4년의 학업 과정 이외에도 임상 실무 역량을 쌓기 위한 1년의 실습 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학업 과정 자체가 4년이 넘는 학생들도 체류 연장을 필수로 신청해야 하고, 만약 연장이 승인되지 않으면 그동안 진행한 학업을 날리고 귀국해야한다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잡 오퍼(job offer·고용 제안)나 인턴을 학업과 병행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학업 기간을 4년 안에 끝내기 위해선 휴학도 '언감생심'이다.

미국 소재 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B 씨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경우 4년 안에 학업을 마치기 위해선 앞으로 휴학도 못 하게 될 것"이라며 "석·박사 유학생들의 경우 정말 힘들게 공부해야 4년 안에 학위를 따고, 통상적으로 학위 취득에 5년 이상은 걸리는데 비자 때문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남학생들의 경우 유학 생활 도중에 군 복무를 하게 돼 학업 기간이 4년을 넘기게 되면, 비자를 무조건 연장해 심사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남성 유학생들의 경우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1~2학년까지 학업을 마친 후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이게 불가능하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 40만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현재 박사를 하는 학생들도 바로 9월부터 적용이 된다는데 어떻게 되는 거냐?", "박사는 4년을 넘길 텐데 어떡하냐. 연장 신청해도 확실치 않다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유학생들의 우려가 커지자, 미국 소재 일부 대학교들에서도 유학생들에게 비자 관련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소재의 한 주립대학교는 최근 학생들에게 공지 메일을 보내 "유학생들이 궁금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직원들이 가능한 한 빨리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며 "주요 변경 사항에 대한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개요를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겠다"고 공지했다.

일각에선 정상적인 학업 계획만 가지고 있으면 비자 연장에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전망하지만, 미국의 까다로워진 비자 갱신 방침에서 어긋나면 안 된다는 사실 자체가 유학생들에겐 큰 압박이다. 이번 제도 변경도 미국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신현숙 한국유학협회장은 "미국 행정부가 심사를 통해 비자를 연장시켜 주겠다고 하지만, 애초에 유학생들을 걸러내서 가급적 미국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게 제도 변경의 취지"라며 "유학생이 논문 심사 등에서 통과하지 못해 4년간 학위를 따지 못하면 정부가 능력이 없다고 보고 체류 연장을 승인해 주지 않아 결국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 업계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성년자 때 미국에 가는 조기 유학부터 대학교 학사, 석·박사 과정까지 모든 유학생이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신 협회장은 "조기 유학을 준비하는 유학생들의 경우, 4년제 대학교 진학 및 석·박사 학위 취득과 영주권까지 상담받는데 이런 계획이 다 흔들리게 된 것"이라며 "아울러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교수가 되려 한 유학생들의 경우는 상위권이라 다른 나라로 변경해 유학을 이어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injenny97@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