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8 © 뉴스1 김명섭 기자
기획예산처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고등교육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대학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교부금 개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을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등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인공지능(AI)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학 일반재정 지원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개편 내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15일 공개한 청와대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교부금을 경제 여건과 학령인구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1인당 교부금과 총액의 안정적 증가, 교부금 변동성 완화, 확보 재원의 고등·평생·유아교육 재투자 등을 원칙으로 제시하며 개편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기획예산처가 교육교부금 개편에 속도를 내자 대학가도 고등교육 재정 확대 필요성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은 국가 교육재정의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운영, 미래 인재 양성체계의 대전환을 이끄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고등교육 투자 확대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총협은 초·중등교육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은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학령인구 감소와 AI 시대 도래 등을 고려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8.5%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은 각각 OECD 평균의 155.1%, 179.2%에 달한다. 초·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 공교육비가 낮은 국가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그리스뿐이라는 설명이다.
사총협은 다만 이번 논의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재원 다툼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은 하나의 교육체계인 만큼 양쪽 모두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갖춰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교육 재정 확대 필요성은 교육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과제다. 대학들은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여력이 크게 약화된 반면 AI 교육과 연구,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며 안정적인 공공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나 교육교부금 증가분의 일부를 고등교육에 활용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고등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국내 주요 대학의 대학원생 비중과 학생 1인당 재정 규모가 아시아 주요 경쟁 대학보다 낮다는 지적과 함께 대학의 인재 양성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은 0.6%로 OECD 평균(0.9%)에 미치지 못한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토론회에서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이 대학 자율성을 기반으로 교육혁신을 이끌어온 사실상 유일한 일반재정지원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무전공 확대와 융합전공 운영, 모듈형 교육과정 도입 등 AI 시대에 필요한 학사 혁신도 일반재정지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김희연 세종대 교육혁신처장은 "앵커나 글로컬대학처럼 목적형 사업만으로는 대학의 지속적인 혁신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AI 기반 교육혁신에는 컴퓨팅 인프라와 전문인력 확보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학혁신지원사업 확대와 안정적인 일반재정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명 한국연구재단 대학교육실장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격차를 언급하며 "지방대학의 재정 안정과 특성화를 함께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구축한 교육혁신 기반을 AI 시대 혁신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기획예산처가 교부금 개편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논의의 초점도 '교육교부금을 줄일 것인가'에서 '조정되는 재원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어디에 재투자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부금 개편 논의는 이제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예산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국가 교육재정을 미래 교육환경에 맞게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며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같은 일반재정지원 확대 논의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mine12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