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 GPT)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하나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을 했다고 해서 모두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07조에 따라 기본적으로 공연성, 사실의 적시, 그리고 그 표현으로 인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반드시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 이야기했더라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내용을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사실이란 단순한 욕설이나 개인적인 감정 표현이 아니라, 과거 또는 현재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말로서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을 의미합니다. 또 그 내용이 피해자의 인격이나 사회적 신용 또는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다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진실한 사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발언이었다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혼 사실을 말하고 다닌 동료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까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먼저 공연성은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직장동료 한두 명에게 은밀히 말한 것이 아니라 여러 직장동료를 상대로 반복해서 이야기했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쟁점은 동료의 발언이 사연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 하는지 여부입니다.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러닝모임에 나왔다’는 말은 이혼 시점과 모임 참석이라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했다는 사실이나 이혼 후 러닝모임에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반적으로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말만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바로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혼 도장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모임에 나왔다’거나 ‘모임에 나온 의도가 수상하다’는 말을 함께 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표현의 문맥상 사연자가 이혼 직후 이성을 만나거나 부적절한 관계를 만들 목적으로 모임에 가입한 것처럼 구체적인 사실을 암시했다면, 단순한 의견표시나 평가의 정도를 넘어 사연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사실의 적시로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연과 비슷한 대법원 판례가 있나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이혼한 주민이 마을 제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동장이 ‘이혼한 사람이 왜 제사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건입니다. 1심과 2심은 이 표현이 이혼한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트리는 사실에 해당한다며 명예훼손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발언에 포함된 구체적인 사실은 피해자가 이혼했다는 것과 마을 제사에 참석했다는 것뿐인데, 이혼의 경위나 혼인 파탄의 책임까지 언급하지 않은 이상 이혼 사실 자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이혼한 사람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표현 역시 새로운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 피해자의 제사 참석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평가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이혼 사실을 언급하고 그 사람의 모임 참석을 못마땅하게 평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해자가 불륜이나 이성 교제 등 별도의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거나 암시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연자가 대응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먼저 정확한 발언 내용과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료가 이혼 사실과 모임 참석 사실만 언급했다면 앞서 본 대법원 판례처럼 명예훼손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성 관계나 부정한 목적을 구체적으로 말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연자의 인격을 비하했다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사연자가 취득한 증거가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혹시 모를 무고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확보한 증거를 지참해 법률상담을 선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범죄 성립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사연자는 가해 동료에게 내용증명을 보내어 직접적으로 해당 행위의 중단과 사과를 요구하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고, 회사 내부 신고를 통해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를 받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써 충분하지 않다면 결국에는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합니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6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