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국산 신규 항생제 상용화 박차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전 10:55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기부금으로 시장성이 낮아 개발이 더뎠던 국산 신규 항생제 상용화를 국가가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된다. 국내 연구기관 등에 흩어진 전문기술과 연구 인프라를 연결해 우수한 항균 후보물질이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항생제 개발 촉진을 위한 분산 인프라 연계형 기술지원단 단계별 추진계획안(자료=질병관리청)
신규 항생제 개발 촉진을 위한 분산 인프라 연계형 기술지원단 단계별 추진계획안(자료=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0일 ‘신규 항생제 개발 촉진을 위한 분산 인프라 연계형 기술지원단 운영모델 기획’ 연구에 착수하고 전문가 킥오프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감염병 극복 연구역량 강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다. 연구원이 보유한 항생제 후보물질뿐 아니라 국내에서 발굴된 우수한 항균물질이 기초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항생제 내성균 확산으로 신규 항생제 개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항생제는 시장성이 낮아 관련 연구 인프라와 전문역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우수한 후보물질을 발굴하더라도 이후 효능평가와 약동·약력학 분석, 독성평가, 제조공정 개발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소규모 연구그룹이 필요한 기술과 시설을 독자적으로 갖추기 어려워 개발이 정체되거나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항생제 개발에는 감염동물모델과 항균 효능평가, 약동·약력학 분석 등 특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원은 시장 논리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연구 인프라를 공공재 차원에서 관리하고, 국가가 전문역량을 연결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 전문시험기관, 산업계 등에 분산된 연구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지원단 운영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다. 후보물질의 개발 단계에 맞춰 전문가 자문과 전임상 분석, 유효성 검증 등을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는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가 맡아 앞으로 6개월간 진행한다. 국내외 항생제 개발 지원체계 사례를 분석하고 국내 신규 항생제 후보물질 보유 현황과 상용화 과정의 병목단계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후보물질의 상용화 진입 가치를 평가하고 개발 방향을 제시할 전문가 자문그룹을 구성한다. 전임상 분석과 유효성 검증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 전문가 등 다학제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이날 열리는 킥오프 회의에서는 항생제 개발 전문가들이 국내 지원체계 구축 방향과 기술지원단의 역할을 논의한다. 후보물질 발굴 이후 비임상·임상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어려움을 공유하고 신규 항생제 개발 연구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한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자체 개발 중인 항생제 후보물질 등을 대상으로 기술지원단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후 2029년부터 2031년까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남재환 연구원장은 “국내 연구자들이 우수한 항균물질을 발굴하고도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연구 성과가 실제 신규 항생제 개발 결실로 이어지도록 실효성 있는 기술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항생제 내성은 치명적인 국가 보건안보 위기 중 하나로 신규 치료제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며 “국내 우수한 연구 성과가 신규 항생제 개발로 이어지도록 국가 차원의 기술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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