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걸린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 뉴스1 오대일 기자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모태인 독일과 일본은 검사가 모든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은 법원과 검사가 피의자 또는 피고인과 사법 거래할 수 있는 '유죄 협상(플리바게닝)', '사법협조자 감면'을 법제화해 한국보다 더 폭넓은 수사 기법을 인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독일과 일본 검사는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며 이를 한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해야 할 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법률상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명시하고 있고, 실무에서도 피의자 신문과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에 검사가 직접 나서고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장검사 출신인 김홍창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인 2004년 제출한 해외연수기 '독일의 형사사법제도-뮌헨 검찰청·법원 실무수습을 중심으로'를 통해 독일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신문·구속하고, 압수수색 현장을 지휘한 사례를 보고했다.
김 변호사는 뮌헨시청 건설 공무원 3명이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을 소개하면서 "중요 피의자에 대해 직접 검사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고 영장을 청구하여 3명을 구속시켰다"고 적었다. 김 변호사는 검사가 보조경찰관 2명과 함께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의료기기 납품회사 압수수색을 직접 지휘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여권에서 '독일 검찰은 경찰에 대한 감독적 지휘·법률 자문적 지휘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독일 검사가 직접 수사권을 행사해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수사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실상이 보고서로 확인된 것이다.
실제 독일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61조는 검사가 모든 종류의 수사를 스스로 수행하거나, 경찰기관과 경찰관에게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히 독일은 2009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플리바게닝'(제257조c)과 '사법협조자 감면'(형법 제46조b) 일반 규정을 법제화했다. 두 제도 모두 한국은 명문으로 인정하지 않는 제도로, 독일 검사가 한국보다 더 많은 수사 재량권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2026.7.1 © 뉴스1 김영운 기자
일본에서도 검사가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 관행상 특별수사부(특수부) 이외의 부서에선 직접 인지 수사를 자제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검사가 인지 수사와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나아가 실무에서도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제한 없는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
'일본 검사실에는 수사관이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르다. 일본은 검사 1인당 '검찰사무관'(수사관) 1명을 전속배치하고 있다. 일본 형사소송법 제191조 제2항은 '검찰사무관은 검찰관(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지 아니하면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형사사법체계는 검사의 직접·보완수사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일본은 체포전치주의에 따라 피의자를 구금(체포·구속)한 상태에서 유죄 가능성을 판단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다만, 한국 경찰이 피의자를 최대 10일간 구속 수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일본 경찰은독자적인 구속기간이 없다는 점은 다르다. 일본 경찰은 체포 후 최대 48시간 동안만 피의자의 인신을 구속할 수 있다.
반면 일본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에 하루(24시간), 기본 구속 기간 10일(법원 허가로 1회 연장)을 합쳐 총 21일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피의자에 대한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구조인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본 검찰은 실무에서 직접 인지수사를 포함해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의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가장 반민주적 검찰 제도로 회귀할 위험성이 농후하다"며 독일과 일본은 검사의 수사권이 경찰에 대한 지휘·협조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추 지사는 "독일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하더라도 우리나라 검사처럼 검찰청과 각 검사실에 대규모의 수사관을 두고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에 대한 감독적 지휘, 법률 자문적 지휘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역시 구(舊) 검찰제도를 일찍 청산하고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협력적 검경 관계"라며 "일본 형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되어 있으나 이를 추상적인 권한, 또는 일반적인 지휘권으로 이해한다. 실무에서는 검사가 검찰청 수사관을 대동하고 직접 수사하지 않으며 일본 검사실에 수사관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소속인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추 지사의 주장에 대해 "독일은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절대적이고, 일본도 특수부 검사가 직접 수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추 지사의 주장에 대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검사가 없는 나라마다 중대범죄나 지능범죄를 수사할 전담 기구를 도입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영국이 중대 사기수사청(SFO)을 도입하고, 미국이 지역 경찰 외에 법무부 직속의 연방수사국(FBI)을 창설한 이유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