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리할 때 '승부수 모험' 띄운다…인공지능은 못 해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1일, 오후 06:01

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의 두 점 접바둑 3번기 첫 대국을 펼치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2026.7.17 © 뉴스1 구윤성 기자


바둑 최고수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이 인공지능(AI) 카타고를 상대로 승리, 10년 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벌였던 '세기의 대결' 패배를 설욕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AI의 바둑을 넘어설 수 있었을까.

신진서 9단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기신전 3국에서 두 점 접바둑을 두고 221수 만에 흑 11집 반 대승을 거뒀다.

1국을 내줬던 신진서 9단은 2·3국을 연달아 승리하며 AI를 상대로 2승1패의 우위로 시리즈를 마쳤다.

이번 경기는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AI 알파고에 1승4패로 패한 뒤 10년 만에 다시 열린 인간과 AI의 재대결이었는데, 이번엔 인간이 2승1패로 앞서며 깔끔하게 설욕했다.

바둑 AI는 그래픽카드의 품질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데, 카타고는 이번 대국을 위해 RTX 3090 그래픽카드 4장을 병렬 연결한 전용 시스템에서 가동됐다.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연산 환경이었는데, 신 9단이 이를 누른 것이다.

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의 두 점 접바둑 3번기 첫 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7.17 © 뉴스1 구윤성 기자


AI는 10년 동안 급속도로 발전했는데, 크게 뒤처질 줄만 알았던 인간이 AI에 설욕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홍민표 한국 바둑대표팀 감독은 "10년 전에는 'AI를 알기 전의 인간'이었다. 그래서 오롯이 인간의 지혜와 인간이 축적해 왔던 바둑만으로 붙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AI도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인간도 AI 이해도가 높아지고 AI를 공부했다. 그래서 격차가 마냥 벌어지지는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10년 전보다 좁혀진 것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바둑계에선 기사들이 AI를 통해 학습하고 평소 AI와 대국을 두며 실력을 키우는 게 일상이다. 10년 동안 AI는 끝없이 발전했지만 인간 역시 그런 AI와 친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날 신 9단이 거둔 승리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인간과 AI 사이의 큰 격차를 극복한 역사적 승리다.

홍 감독은 "일반 기사들은 AI를 상대로 세 점 혹은 네 점을 두고도 이기기 힘들고, 초일류 기사라고 하더라도 AI를 상대로 두 점을 두고는 절대 못 이기는 한계가 있었다. 그 벽 앞에서 인류가 번번이 좌절하고 있었는데 신 9단이 이를 깼다"며 기뻐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7.21 © 뉴스1 이광호 기자


그러면서 "인간이 AI와 친해졌다고 해도, AI의 수법은 무궁무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일 텐데 그럼에도 'AI를 흡수한 인간'이 AI를 눌렀다는 게 의미가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홍 감독은 시리즈 승패를 좌우한 3국의 완승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3국은 누가 AI일지 모를 정도로 인간이 AI를 지배했다. 아무리 초일류 기사라고 해도 200수 이상을 두면 밀릴 수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 한번 없이 밀리지 않고 한판을 마무리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바둑을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11집 반의 큰 점수 차가 났던 배경에 대해서는 신 9단의 '판 짜기' 능력을 이유로 꼽았다.

홍 감독은 "사람이라면 불리한 상황일 때 모험하더라도 승부수를 띄운다. 하지만 AI는 지고 있어도 도전 없이 최선의 수로만 두다 보니까, 오늘 같은 쉬운 바둑으로 마무리가 될 수도 있었다"면서 "다만 평소엔 AI가 그렇게 쉽게 두지는 않는다. 그만큼 신 9단이 AI 약점을 잘 파고들며 '판 짜기' 자체를 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AI를 상대했던 신 9단은 "이세돌 선배가 알파고를 상대로 10년 전 이겼을 때보다는 부족한 승리지만,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걸 보여드렸다"면서 "나조차도 AI를 상대로 두 점을 두고 이기기는 힘들다 생각했지만, 그 인식을 바꿨기에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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