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KAIST·ETRI, 배터리 화재 위험 낮춘 차세대 전해질 개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21일, 오후 07:49

[대구=이데일리 홍석천 기자] 국내 공동 연구진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리튬이온전지의 화재와 열폭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전해질 기술을 개발했다.

경북대는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오지민 교수 연구팀이 KAIST 신소재공학과 서동화 교수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명주 박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고에너지밀도와 화재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한 비가연성 전해질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게재되며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리튬이온전지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반면 화재와 열폭주 위험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특히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인 고니켈 배터리는 에너지 성능은 뛰어나지만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공동 연구진은 기존 전해질에 널리 사용되는 불소계 첨가제(FEC)에 자체 개발한 난연성 첨가제(P2PFS)를 최적 비율로 혼합해 새로운 전해질 시스템을 구현했다.

그 결과 연소 시험에서는 기존 전해질보다 발화 지속 시간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화염에 노출돼도 쉽게 불이 붙지 않는 비가연성 특성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배터리 성능을 희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다.

연구진은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고니켈(NCM955) 양극 배터리에 새 전해질을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실험 결과 200회 이상의 급속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초기 용량의 83% 이상을 유지하며 우수한 수명 특성을 확인했다.

상용 제품 수준인 1Ah급 대용량 파우치셀에서도 750회 이상 충·방전 후 초기 용량의 85.2%를 유지했다.

오지민 경북대 교수.(사진=경북대)
오지민 경북대 교수.(사진=경북대)
안전성 검증 결과는 더욱 주목된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상태에서 못으로 관통하는 극한 시험에서도 화재나 폭발 없이 최고 온도가 49도 수준에 머물렀다. 일반적으로 열폭주가 발생하면 수백 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의 핵심이 단순히 난연 소재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배터리 내부에서 열폭주의 원인이 되는 산소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 과정에서 양극재에서 방출되는 활성 산소를 난연 첨가제가 안정적인 물질로 전환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낮춘 것이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배터리 안전성 강화는 국내외 배터리 산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번 기술은 기존 생산 공정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지민 경북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난연 첨가제를 개발한 수준을 넘어 배터리 내부 산소 반응을 제어하는 새로운 열역학적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며 “전기차와 ESS는 물론 로봇, 드론,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고안전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전해질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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