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키운 국수본 '장윤기 분리수사' 지침…경찰서도 의견 갈렸다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3일, 오후 02:34

어린이날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장윤기는 이날 광주에선 처음으로 신상이 공개됐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의 쟁점으로 떠오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분리 수사' 지침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국수본은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조직으로, 수장인 국수본부장(박성주 전 국수본부장)까지 해당 분리 수사 지시 지침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일선에서는 통상적인 수사 방식과 달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수사 효율과 전문성을 고려하면 분리 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이었던 박 모 경정은 장윤기의 살인 사건과 베트남 여성 성폭행 사건을 분리 수사한 것은 국수본과 광주경찰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사건 수사 지침 및 지시는 국수본이 시도경찰청에 하달하면 시도경찰청이 다시 그것을 일선 경찰서에 내리는 식이다. 분리 수사 지침 또한 지휘 체계 최상단에 있는 국수본에서 시작됐다.

이와 관련,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살인 사건 송치 기간 안에 성폭력 사건까지 모두 입증해 함께 송치하기 어려웠다"며 "수사의 완결성을 위해 성폭력 사건은 여성·청소년 수사 부서에서 수사하도록 한 것으로, '통합 수사' 방침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국수본이 사용한 '통합 수사'라는 표현 자체가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현직 경찰관은 "살인 사건으로 입건됐다면 피해자가 다르더라도 보통은 형사 부서가 계속 수사를 이어간다. 살인 사건이면 추가로 인지된 건들도 다 그 부서에서 한다"며 "특히 장윤기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다른 부서에 넘기는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도 "왜 굳이 분리해서 수사했는지 납득이 잘되지 않는다"며 "사건의 본질이 하나이기 때문에 함께 수사하는 것이 맞았다고 본다. 병합하지 말라고 했다면 이례적인 지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국수본부장이었던 박성주 전 본부장도 지시 주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일선서 관계자는 "본부장이 전국 개별 사건을 모두 직접 챙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보고 과정에서 무심코 답변하거나 실무 판단을 그대로 승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윤기 사건보다 약 두 달 앞서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이 이 사건 대응 방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처리를 질타한 바 있다. 이에 장윤기가 살인뿐만 아니라, 앞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부각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국수본이 성범죄 사건을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에서 따로 수사하게 했다는 것이다.

분리 수사가 부적절했다고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선 경찰서의 한 팀장급 형사는 "이미 장윤기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으니, 나머지 혐의는 보완 수사를 거쳐 추가로 넘기면 되는 문제"라며 "성폭행 관련 서류도 다 넘겨 검찰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면, 은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정급 경찰 간부도 "살인 외에 추가 여죄가 있다면 전문성을 고려해 '이 사건은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하라'고 하는 것은 조직 운영 측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판단"이라며 "죄종별 전문성을 고려한 업무 분장은 흔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사건의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검찰에 송치된 수사 결과 보고서에는 장윤기 주거지에서 리얼돌이 발견된 사실과 이주여성 성폭행 혐의, 성적 목적 범행 가능성 등이 기재됐으며 "성적 목적 범행이 추정되지만 구속 기간 제한으로 형법상 살인죄를 우선 적용해 송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경찰은 "성범죄 내용을 숨겼다면 모를까, 보고서에 전부 적어서 냈는데 이런 식의 문제가 불거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보완수사권 관련 입법 정책이랑 맞물려서 본질이 호도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사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질타는 당연히 받아야하지만, 조직 전체가 살인범을 비호하는 식으로 프레임이 짜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재 = 이세현, 소봄이, 윤주영, 강서연, 권준언, 유채연 기자)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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