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성지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의 모습. '위고비&마운자로 처방전 한달 10,000원'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6.7.23 © 뉴스1 신윤하 기자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마운자로·위고비 성지'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A 의원엔 쉴새 없이 환자들이 드나들었다. 통통한 체형도 아니고 날씬한 축에 드는 여성 열댓명이 대기실을 가득 메웠다. 별도로 몸무게나 키를 재는 절차 없이 진료실에선 1~2분 간격으로 새 환자를 호명했다. 정상체중에서 저체중으로 보이는 환자들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마운자로를 쉴새없이 사갔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마운자로·위고비를 싸게 살 수 있는 '성지'로 향하고 있다. 이 성지들에선 정상 체중의 시민들에게도 비만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고 있어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다.
기자가 방문한 A 의원은 다른 지역보다 몇 만원은 싸게 마운자로·위고비를 처방, 판매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있었다. SNS와 인터넷에선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좀 더 값 싸게 처방받고 약을 살 수 있는 병원과 약국들이 '성지'라고 불리며 공유되고 있다. 특히 종로가 싸게 판매해서 '종로자로'(종로+마운자로)라는 신조어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된다.
A 의원 직원들은 병원에서 직접 약을 사는 경우 4주분 마운자로 2.5 ㎎을 29만원에 살 수 있다고 안내했다. 타 지역보다 몇 만원 더 싼 금액이었다. 그냥 처방전만 받고 인근 약국에 가서 위고비·마운자로를 를 사는 환자들도 많았다.
A 의원에서는마운자로·위고비 처방전을 받는 데에 1만원이 드는데, 처방전을 들고 인근 약국에 가면 약품을 살 수 있다. 종로 일대는 온누리 상품권을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좀 더 싸게 위고비·마운자로를 살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병원이 정상체중인데 다이어트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한 경우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만치료제 처방전을 내준다는 것이다. 마운자로나 위고비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식약처는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이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질환이 있는 성인 과체중 환자에게만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A 의원을 비롯해 이날 기자가 방문한 다수의 '종로 성지' 병원에서는 마르거나 날씬한 체형의 여성들 다수가 비만치료제 처방을 받아갔다.
BMI 18.8의 마른 체형의 권 모 씨(23·여)도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마운자로의 힘을 빌려 '뼈말라'가 되려고 A 의원을 찾았다고 했다. 권 씨는 "도저히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는 휴가 전까지 목표 체중을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왔다"며 "체중이 낮은 편이라 처방이 안될까봐 걱정했는데 바로 처방전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 비대면 진료 어플리케이션 갈무리. 위고비·마운자로 가격을 지역별, 병원별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처방전은 몸무게, 키와는 상관 없이 2분 안에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BMI 20의 기자가 종로 성지로 알려진 B 의원에서 직접 마운자로 처방을 받아봤지만 몸무게·키를 알려도 처방받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기자가 B 의원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는 '마운자로 맞아본 적 있냐', '갑상선 암을 앓은 적이 있냐' 등의 4~5가지 질문을 한 후 2분만에 바로 마운자로 2.5㎎ 처방전을 내줬다. 몸무게와 체중을 물어보긴 했지만, 답을 듣고도 "알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곳을 찾은 김 모 씨(28·여)는 "의사가 속이 메스껍거나 설사·변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알려주면서도, 그럴때도 그냥 약국에서 설사·변비약 사먹으면 된다고 했다"며 "어차피 이런 분위기인 것을 알고 찾아온 병원이긴 하지만, 정말 저체중인 사람들도 맞아도 되는건지 의문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저체중·정상체중의 환자가 비만치료제를 다이어트 및 미용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체중이나 정상체중일 때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사용하면 근감소나 빈혈 등 영양 결핍성 질환들의 위험이 크다"며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부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고시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마운자로 등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품 외부 포장이나 용기에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하고, 병원과 약국 간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처방전이 있어야 약품을 살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행정 예고 기간이 끝났고, 규제 심사를 기다리는 단계"라며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위고비·마운자로 성지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의 모습. 2026.7.23 © 뉴스1 신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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