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2023년 기준 국내 유병자 수가 약 58만 7천 명으로 전체 암 환자의 21.5%를 차지하며, 국내 암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 여포성 및 호산성 갑상선암 환자에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EZH1 단백질의 변이인 ‘EZH1 Q571R 돌연변이’가 자주 발견됐지만, 해당 돌연변이가 암 발생과 진행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이철환 교수,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이규언 교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류제경 교수 공동 연구팀(김한별·김도균·하성윤 학생)은 갑상선암 환자 조직과 세포주 (체외에서 사멸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분열 및 배양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세포)를 활용해 EZH1 Q571R 돌연변이의 작동 기전을 밝혔다.
생화학·단일분자·후성유전체 분석 결과, EZH1 Q571R 돌연변이는 효소 활성과 염색질 응축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억제성 히스톤 표지가 활성 히스톤 표지 영역으로 확장돼 두 표지가 비정상적으로 공존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주요 종양 억제 유전자의 발현이 차단되고, 암 성장이 촉진됐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환자 조직과 동물 실험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EZH1 Q571R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조직에서는 종양 억제 유전자들의 발현이 감소됐다. 동물 실험에서도 해당 돌연변이는 정상형에 비해 암 성장을 약 34% 촉진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갑상선암에서 EZH1과 상동성 단백질인 EZH2의 돌연변이는 발견되지 않는 이유를 규명하고자 자기 집게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EZH2 Q570R 돌연변이는 효소 활성이 증가하더라도 염색질 응축 능력이 낮아 암 발생 위험이 적었다. 연구팀은 암 성장의 핵심이 염색질 응축 능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환 교수(서울의대 약리학교실)는 “EZH1 Q571R 돌연변이의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이며, 향후 후성유전 관련 변이의 생물학적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규언 교수(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EZH1 Q571R 돌연변이가 종양 억제 유전자 발현을 차단하고 암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염색질 응축 능력이 이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임을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제경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의료·생물·오믹스·물리를 융합한 접근을 통해 단분자 생물물리 기법으로 EZH1 Q571R 돌연변이가 염색질 응축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최초 규명한 것은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 최신호에 게재됐다.
EZH1과 EZH1 Q571R 돌연변이의 작동 기전. EZH1(위) 상태에서는 억제성·활성 히스톤 표지 영역이 명확히 구분돼 유전자 발현이 정상적으로 일어난다. EZH1 Q571R 돌연변이(아래)는 억제성 표지가 활성 표지 영역을 침범하고, 두 표지가 비정상적으로 공존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