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당사자 제대로 확인 않은 공인중개사도 손해배상 책임"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6일, 오전 09:00

대법원 전경 © 뉴스1

당사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준 공인중개사에게도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5월 29일 대부업과 대부중개업을 영위하는 A 사가 공인중개사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인중개사 B 씨는 2020년 11월 쌍방 대리인 행세를 한 C 씨의 말만 믿고 전세계약서를 작성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실제 집주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인감증명서 등의 최소한의 서류를 확인하지 않았다.

2020년 12월 C 씨는 위조 전세계약서를 활용해 A 사로부터 1억 원의 전세보증금 담보 대출을 받았다. 이후 C 씨는 870만여 원을 갚고 2021년 7월 이후에는 원리금을 한 푼도 변제하지 않았다.

이에 2024년 9월 A 사는 B 씨가 C 씨 말만 믿고 중개 행위 없이 전세계약서만 작성해주어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B 씨를 상대로 공동불법행위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공인중개사 B 씨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중개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통상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데 관련 규범의 목적이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출을 업으로 하는 원고를 보호하는 데까지 확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B 씨가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과정에서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과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 씨가 공인중개사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C 씨의 대출금 편취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방조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B 씨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B 씨가 중개행위 없이 전세계약서만 작성해 C 씨에게 교부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로 인해 '가장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담보 대출을 실행한 A 씨가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B 씨는 쌍방 대리인 행세를 하는 C 씨 말만 믿고 임대인과 임차인을 대면하지 않은 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주었다"며 "B 씨가 대리인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B 씨도 C 씨 일당의 조직적·계획적 범행에 속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과실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 사유'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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