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 뉴스1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사내 전산망에서 직원 과반수가 동의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직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찬반을 모으는 절차가 없었다면 유효한 동의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롯데쇼핑 근로자 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중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액분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롯데쇼핑은 2014년 노동조합과 교섭을 거쳐 정년을 만 57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적용 직전 연봉을 기준으로 만 58세에는 75%, 59세에는 65%, 60세에는 60%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동의받는 방식이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된 노조나, 노조가 없을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동의는 근로자들이 사업장 전체나 부서별로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을 모으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이어야 한다.
롯데쇼핑 측은 당시 사내 전산망에 개정안 공지사항과 동의서를 올리고 일주일간 동의 절차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근로자의 78%가 동의 의사를 표했고, 롯데쇼핑은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이후 깎인 임금을 받게 된 근로자들은 도입 절차가 무효라며 감액분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원심은 근로자들이 개정 전후 내용을 확인한 뒤 동의했고, 반대한다면 부동의를 선택할 수 있었다며 과반수 동의가 있었다고 보고 회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은 전산망에서 개별적으로 받은 동의는 숫자가 절반을 넘더라도 '집단적 동의'가 아니라고 봤다.
근로자들이 동의에 앞서 사업장 전체나 부서별로 모여 의견을 나눴다고 볼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공지 내용도 문제 삼았다. 공지사항에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고, 동의 절차의 성격도 '단체협약과 법 개정 사항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는 것'이라는 취지로만 적혀 있었다. 직원들 입장에선 자신의 선택이 임금이 깎이는 불이익 변경에 대한 동의권 행사라는 점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대법은 봤다.
대법은 "근로자들 상호 간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 의견을 집약하는 회의 방식 등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이 수반돼야 한다"며 "그런 실질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개별적으로 동의한 근로자 수가 형식적으로 과반수를 넘더라도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mark83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