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검찰, 압수 와인 379병 바꿔치기·포상금 편취 세관 공무원 구속기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27일, 오전 10:0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압수 고가 와인을 가짜 병으로 바꿔치기해주겠다며 금품을 수수·요구하고 허위 제보자를 만들어 거액의 포상금을 챙긴 세관 공무원들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4월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지난 4월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박향철)는 27일 세관 공무원 A(49)씨와 B(52)씨를 지난 24일 구속기소하고 이같이 혐의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서울세관 소속 6급 공무원으로 각각 조사정보과 정보팀장, 조사총괄과 총괄기획팀장을 지냈다. 이들은 관세사범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이었다.

두 사람은 2023년 8월 22일 와인업계 종사자 C씨에게 접근해 “밀수품으로 압수된 와인을 폐기하기 전에 더미 보틀(진열용 가짜 병)로 바꿔치기한 후 팔면 이익을 볼 수 있다”며 “폐기 지휘를 내릴 검사와 세관 창고장에게 로비 자금이 필요하니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사흘 뒤인 8월 25일 요구받은 3000만원을 실제로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혐의로 봤다.

두 사람은 같은 해 12월 7일에는 “압수물인 와인을 바꿔치기해 넘겨주고 고액의 밀수 신고 포상금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C씨에게 추가로 4000만원을 요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도 받는다.

이들이 손대려 한 와인은 총 379병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검사가 압수물 처분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이 중 363병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압수물을 ‘환부’하라고 지휘하면서, 바꿔치기가 가능한 물량이 16병으로 줄어들면서다. 이에 두 사람은 남은 16병에 대해서도 바꿔치기를 해주겠다거나 B씨가 포상금심사위원회 간사라는 점을 내세워 포상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며 4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고, C씨가 이 사실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A씨는 별도 범행도 저질렀다. 2022년 3월 31일경 동료 세관 공무원으로부터 ‘키 성장 영양제’ 관세포탈 사건을 제보받고도 마치 자신의 여동생 D씨가 제보한 것처럼 허위 밀수신고서를 꾸며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다. 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자 A씨는 이 허위 신고서를 근거로 포상 신청까지 하게 했고, 2023년 3월 28일 민간인 관세포상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포상금 명목으로 7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위계공무집행방해)도 받는다.

검찰은 세관 공무원이 직접 제보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노려 제보자가 실명 공개를 원하지 않을 때 세관 공무원이 대신 신고서를 작성해 포상금을 수령·전달하는 ‘대리신고’ 제도의 허점을 A씨가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2월 3일 대리신고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감독이 부패범죄를 막는 데 실효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압수물 처분권을 가진 검사가 대부분의 와인에 대해 환부를 지휘하면서 바꿔치기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오는 10월 2일 시행 예정인 공소청법에서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감독 권한이 삭제되는 점, 그리고 국회에 발의된 일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압수물 처분 주체를 검사에서 사법경찰관으로 바꾸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은 “압수물 처분의 결정권이 검사에게 있고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이 유지되는 현행 법 체계에서도 압수물을 빼돌리려는 시도가 과감하게 이뤄진 사안”이라며 “1차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도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을 철저히 하고,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을 악용한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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