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다 없애자' 주장에…수의사들 데이터로 맞섰다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9일, 오후 12:24

나응식 수의사와 이학범 수의사는 지난 28일 유튜브 '냥신TV'를 통해 길고양이 살처분 주장을 정면 비판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유튜브 냥신TV 갈무리). © 뉴스1

"길고양이를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까."
일부에서 살처분과 급식 제한을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되자 수의사들이 국내외 연구와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비판했다. 이들은 감정보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BS '고양이를 부탁해' 행동솔루션 전문가인 나응식 수의사(그레이스고양이병원 원장)와 서울대 수의과대학 출신인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는 지난 28일 진행한 유튜브 '냥신TV' 라이브 방송에서 관련 논문과 통계 자료를 소개하며 주요 쟁점을 짚었다. 이날 방송은 동시 접속자 1600명 이상이 몰렸다.

"길고양이 없애면 해결?"…생태계·보호소 주장 정면 비판
이들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TNR(중성화 수술 후 방사)을 중단하고 보호소로 보내 입양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꼽았다."보호와 입양을 내세우지만 현실적으로는 대규모 안락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매년 약 10만 마리의 TNR 대상 개체를 현재 보호소가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길고양이를 지목하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사 결과를 인용해 도심 길고양이 먹이의 90% 이상이 사람이 제공한 사료나 음식물 등 인공 먹이였다고 소개했다. 전체 먹이에서 조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1~2% 수준에 불과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투명 방음벽과 건물 유리창 등에 충돌해 폐사하는 야생조류가 연간 약 800만 마리에 이른다(냥신TV 갈무리). © 뉴스1

또 국립생태원 자료를 근거로 "국내 야생조류는 유리창과 방음벽 충돌로 연간 약 800만 마리가 폐사한다며 "길고양이가 새를 사냥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유리창 충돌과 서식지 훼손 등 다양한 원인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라도 사례를 근거로 도시의 길고양이 관리 정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멸종위기 철새가 번식하는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데다, 당시에도 관광객 증가와 서식지 교란 등 다른 요인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마라도에서 있었던 일을 근거로 도시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일부에서 제인 구달 박사의 발언을 길고양이 제거의 근거로 인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구달 박사가 언급한 외래 포식동물 관리는 생태적으로 취약한 섬과 보호구역을 전제로 한 것이지 모든 도심 길고양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권위 있는 인물의 발언도 어떤 환경과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함께 살펴야 한다"며 "실제 제인 구달 재단도 공식적으로 TNR을 개체수 관리 방법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TNR 효과 없다면 근거도 제시해야"
서울시 및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집중 TNR 시행 후 길고양이 개체수가 점차 감소해 유지되고 있다(냥신TV 갈무리). © 뉴스1

현행 TNR 정책이 길고양이 개체수 감소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서울시 조사에서는 길고양이 추정 개체수가 2013년 약 25만 마리에서 2021년 이후부터 9만 마리 수준으로 감소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전국 조사에서도 TNR 후 서식 밀도와 새끼 고양이 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수의사회(AVMA) 학술지에 실린 장기 연구에서도 특정 구역의 길고양이를 지속해서 포획해 중성화하고 입양을 병행했을 때 개체수가 감소한 사례가 보고됐다고 소개했다.

나 수의사는 "TNR 자체의 효과보다 충분한 중성화율과 사후 관리가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라며 "일정 구역 개체의 70~80% 이상을 집중적으로 중성화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서울시 통계의 조사 방법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길고양이가 실제로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늘었다고 주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별도의 표본 조사와 개체수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자료는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할 데이터는 내놓지 않는다면 학술적 비판이 아니라 결론을 먼저 정해놓은 주장에 머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급식 금지보다 관리"…혐오 확산도 경계
급식소를 무조건 없애는 방법 역시 길고양이 관리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리되는 급식소는 단순히 먹이를 주는 장소가 아니라 개체수와 중성화 여부, 새로운 개체 유입을 확인하는 관리 거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급식을 금지하면 돌봄 활동이 야간이나 골목, 수풀 등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 위생 관리와 개체 모니터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굶주린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행동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급식 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지자체 등록제를 통해 급식소를 관리하고 급여 시간과 잔반 수거, 주변 청소, 중성화 참여 등을 체계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나응식 수의사와 이학범 수의사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혐오 피라미드'를 소개하며 길고양이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우려했다(냥신TV 갈무리). © 뉴스1

방송 말미에는 혐오가 확산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혐오 피라미드'를 소개하며 현재 사회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혐오 표현으로 이어지고, 차별과 폭력을 거쳐 결국 극단적인 배제로 발전할 수 있다"며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길고양이 살처분 주장과 혐오 표현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 수의사는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가 이미 상당히 높은 단계까지 올라와 있다"며 "혐오가 계속 방치되면 결국 마지막 단계인 학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길고양이 문제는 감정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특정 동물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는 결국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라이브 방송은 유튜브 '냥신TV' 채널에서 볼 수 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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