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역 인근 쉼터 드림씨티에 노숙인들이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7.30 © 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서울역에서 15년간 노숙인들이 폭염·한파를 피할 수 있도록 해준 민간 노숙인 쉼터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기후변화로 극한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가운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구 서울역 13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민간 노숙인 쉼터 '드림씨티'가 오는 10월 말에 경기 부천시 원미동으로 이전한다.
드림씨티는 2011년 4월에 선교 활동과 함께 노숙인들의 휴식 공간 제공을 위해 만들어진 4층 규모의 민간 쉼터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 있어 여름엔 더위를, 겨울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였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바둑도 놓고, 100원만 내면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드림씨티가 이전하면서 서울역 일대 노숙인들은 더위와 한파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잃게 됐다. 고독한 노숙인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도 사라진다. 현재 드림씨티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300명에 달한다.
의족을 착용한 채 드림씨티를 찾은 봉채민 씨(55·남)는 "의족이라 땀이 많이 나는데 쉼터가 없어지면 밖에 있어야 해서 정말 너무 아쉽다"며 "없어질 때까지만이라도 앞으로 자주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 처음 드림씨티를 이용하게 됐다는 김기명 씨(62·남)는 "매일 오전 6시에 문 열면 이곳에 와서 커피도 타 먹고 바둑도 두고 게임도 했다"며 "여기서 자주 같이 지내는 동생들도 있는데 10월에 문을 닫는다니까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쉼터 바로 옆엔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따스한채움터'가 있어, 급식을 먹고 쉼터에서 쉬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런 일상도 앞으론 불가능하다.
지금껏 드림씨티는 무료급식을 먹기 위한 노숙인들의 아늑한 대기 장소로 기능하기도 했다. 이날도 급식 배식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10분이 되자, 드림씨티 1층을 메우고 있던 150여명의 노숙인이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아 천천히 무료급식소로 향했다.
3년간 따스한채움터에서 봉사한 자원봉사자는 "이제는 노숙인들이 무료급식을 기다릴 곳이 없어진다는 게 큰 문제"라며 "더울 때야 그나마 낫지만 가장 추운 겨울에는 밖에서 몇 시간을 덜덜 떨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역 인근 쉼터 드림씨티에 노숙인들이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2026.7.30 © 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드림씨티가 이전하는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다. 580만 원이던 월 임대료가 1000만 원 수준으로 인상됐다. 건물주는 수년간 임대료를 그대로 유지해줬지만, 용산 일대 임대료가 너무 오르면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드림씨티는 월 300만 원 수준의 임대료만 주면 되는 부천시 원미동으로 이전해 무료급식 및 선교 활동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드림씨티를 운영하는 우연식 목사는 "처음 서울역에서 드림씨티 운영했을 때보다 노숙인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노인 문제가 더 커져 가난한 지역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 건물주가 임대계약 종료를 통보해서 장소를 이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쉼터가 사라진 직후엔 사실상 민간이 대신하던 복지의 사각지대가 수면 위로 떠오를 거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도 드림씨티 밖의 서울역 노숙인들은 폭염 속에서 각자도생으로 견디고 있다. 오전 8시에도 땀이 나는 더위에 서울역 지하보도의 노숙인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고 물을 들이켜기만 할 뿐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노숙인들은 처마와 우산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기 바빴다.
1년 넘게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생활 중이라는 이민재 씨(61·남)는 "여름엔 씻는 게 제일 힘들다. 샤워 시설이 있긴 한데 씻어도 계속 땀이 난다"며 "너무 더울 땐 대합실 에어컨을 쐬어보려고 하는데 낮엔 덥고 습해서 견디기가 힘들다"고 했다. 티셔츠가 땀에 푹 젖은 김 모 씨(63·남)도 "요즘은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나서 잘 못 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따스한채움터의 개방 시간을 1시간 정도 앞당겨 노숙인들이 무료급식을 먹기 전 좀 더 실내에서 쉴 수 있게 하고, 기존의 서울시 운영 쉼터들을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단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따스한채움터 실내 대기 공간이 220석 정도인데, 급식 배식 2시간 전부터 대기 공간에서 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서울역 내부 희망지원센터, 동자동 만나샘 등을 이용하시게끔 안내하면 현 드림씨티의 이용객들이 충분히 대기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숙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동체로 기능하던 쉼터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서울역에서 걸어서 13분 거리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가 있지만, 서울역과 거리가 있어 이용률이 떨어진다. 게다가 다시서기센터엔 술을 먹고 소란을 피우는 이들이 있어 마음 편히 쉬기가 쉽지 않다는 게 노숙인들의 설명이다.
다시서기센터에서 생활하는 김기룡 씨(62·남)는 "잠은 다시서기센터에서 자지만, 거긴 술먹고 노는 사람들이 많고 소란해서 새벽 5시만 되면 밖에 나와 드림씨티로 올 수 밖에 없다"며 "우 목사님이 반평생 돈 번 걸 여기다가 다 부어주신 건데, 이렇게 좋으신 분이 떠나고 나면 남은 많은 사람들은 어떡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우 목사는 "드림씨티는 노숙인들이 화장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덥고 추울 때 쉴 수 있는 데다가 전기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이런 공간은 서울역 인근에 이제 없다"며 "늘 머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외로운 사람들끼리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도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역 지하보도에 노숙인들이 줄지어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6.7.30 © 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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