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상담도 위로도…"사람보다 AI"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05:42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광고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박모(27) 씨에게는 특별한 ‘선배’가 있다. 박씨는 그 선배에게 다이어트, 연애, 직장 문제까지 모두 묻는다. 이 선배는 박씨에게 필요한 답변을 다방면으로 해준다. 소위 ‘만렙 선배’의 정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박씨는 “친구나 가족은 답이 빨리 오지 않지만 AI는 길어도 1분 내에는 답을 준다”며 “AI는 나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아 질문하는 것에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한 청년이 AI와 대화를 통해 점심 메뉴를 정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형 AI 프로그램으로 생성)
한 청년이 AI와 대화를 통해 점심 메뉴를 정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형 AI 프로그램으로 생성)
주변 사람보다 AI에게 먼저 말을 거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얻던 정보와 위로, 결정까지 AI에 맡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AI 과의존이 사고력 저하와 확증편향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관계맺기를 두려워하는 경향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이 모(33) 씨도 지인을 만나고 난 후에는 ‘오늘 내가 한 말에 그 사람이 기분나빠하지 않았을’라며 피드백을 AI에게 묻는다. 같은 고민을 반복해 말해도 지겨워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AI가 원치 않는 답을 하면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우길 수 있다”며 “친구랑 대화 중 상대가 지겨워하는 게 느껴지면 ‘나중에 AI랑 얘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청년들이 AI에 의존하는 현상은 수치로도 명백하게 확인된다. 청년문제 관련단체인 사단법인 ‘오늘은’이 지난달 발표한 ‘2026 청년세대 고립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만 19~34세) 480명 중 61.7%가 정서관리 목적으로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립 경험이 있는 청년의 경우 이 비율이 72.3%까지 높아졌다.

또한 AI 이용 청년의 37.8%는 ‘AI가 진짜 친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2.2%는 ‘AI 서비스가 사라지면 정서적으로 상실감을 느낄 것 같다’고 답해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그래픽= 이미나 기자)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삶의 문제와 대인관계는 불명확한 것 투성이고 그 불확실성을 견디며 나아가야 사람이 성숙해진다”며 “AI는 바로 답을 줘 견딜 수 있는 힘을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서, 사유, 상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으로 답을 찾지 않으면 그 기능은 퇴화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하루 2시간 이내로 사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기준이 있지만 AI는 아직 명확한 연구도 가이드라인도 없다”며 “청년뿐 아니라 청소년을 위해서라도 AI 사용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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