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동노동자 쉼터 2호점에서 배달 기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2026.07.30.© 뉴스1 이동건 기자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야외 활동이 잦은 배달 기사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쉼터가 곳곳에 있지만 배달 주문 증가로 근무량이 비교적 많은 주말에 오히려 문을 닫는 곳이 적잖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동노동자 쉼터 총 30곳을 운영 중이지만 주말을 포함해 24시간 문을 여는 곳은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자치구는 쉼터가 1곳뿐이거나 아예 없기도 해 이동노동자 쉼터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은 24시간 연중무휴인데…여름철 쉼터는 평일만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서울 영등포구 이동노동자 쉼터 앞에는 '1인 1병'이란 안내문과 함께 생수가 가득 찬 이동노동자 전용 생수 나눔터가 있었다.
내부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1대씩 놓여서 들어서자마자 냉기가 느껴졌다. 일반적인 원룸 크기의 공간에는 소파와 책상 등이 있었고, 과자와 커피 등 다과도 보였다.
이곳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문을 연다. 문을 연 지 약 1시간째인 오전 11시 5분쯤 방명록에 적힌 쉼터 이용자는 총 12명이었다.
쉼터에서 만난 배달 기사 김재희 씨(44·여)는 "주말에 배달 건수가 더 많아서 쉼터를 열면 좋은데 (쉼터도) 사정이 있으니 아쉽다"며 "평소 쉴 곳이 필요해 일부러 좀 더 걸어서 쉼터로 간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동네에서도 은행 같은 곳에서 잠시 쉴 때 '죄송하다'고 말한다. 쉼터가 더 많으면 좋겠다"며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밖에서는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인근의 영등포구 이동노동자 쉼터 2호점을 매일 찾는다는 배달 기사 김동철 씨(42·남)는 "일하다가 쉬어야겠다 싶으면 쉼터를 무조건 찾는다"며 "여긴 주말에 운영하지 않으니 24시간 여는 곳을 찾아서 간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이동노동자 쉼터 내부 모습.2026.07.30.© 뉴스1 이동건 기자
계단 오르고 골목 찾아야 하는 쉼터…'알음알음' 찾아간다
이동노동자를 위해 마련한 쉼터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몰라서 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한 쉼터는 4층에 있어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았고, 주택가 골목에 있어 찾기 힘든 곳도 있었다.
이날 강남구 이동노동자 쉼터 3호점으로부터 약 20m 떨어진 건물 입구에서 숨을 돌리던 배달 기사 남택웅 씨(56·남)는 "이동노동자 쉼터가 있는 건 못 들어봤다. 배달업 6년차인데 주변에서도 들은 적 없다"며 땀방울을 닦아냈다.
강남구 쉼터 3호점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쉬러 들어온 김해성 씨(54·남)는 "배달업 4년차인데 쉼터가 있는 것도 작년에 알았다"며 "주택가에 묻혀 있어서 아는 사람들만 가고 쉼터가 있다는 사실도 다들 모른다"고 토로했다.
무더위에 지친 이동노동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음알음 쉼터의 존재와 위치를 공유하고 있었다.
서초구 건물 4층의 휴서울이동노동자 서초쉼터로 들어서던 배달 기사 김 모 씨(41·남)는 "주말에도 일하다 보니 24시간 연중무휴가 아니면 못 쉬어서 불편하다"면서도 "예전에는 너무 힘들 때 돈을 내고 만화카페에서 쉬었는데 이곳을 알게 돼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 이동노동자 쉼터 3호점의 모습.2026.07.30.© 뉴스1 김범수 기자
서울 쉼터 30곳 중 '24시간'은 7곳…임대·예산 문제 넘어야
한국고용정보원이 2023년 발표한 배달·운전직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배달업 종사자는 48만 5000여 명에 달하며, 서울시에만 10만 50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밤낮없이' 주문하고 이동하는 배달 서비스는 최근 몇 년 새 급속도로 보편화했다. 현재 배달업 종사자는 조사 발표 시점인 2023년보다 더욱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시 관할 쉼터 10곳과 자치구 운영 쉼터 20곳을 포함해 총 30곳의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쉼터 10곳은 금천·구로구의 간이 무더위쉼터 2곳과 마포·영등포구 노동자복지관 2곳을 포함한다. 자치구별 쉼터는 △서대문구 1곳 △강남구 5곳 △강서구 2곳 △관악구 1곳 △광진구 1곳 △도봉구 1곳 △성동구 1곳 △영등포구 2곳 △용산구 1곳 △종로구 3곳 △중랑구 2곳이다.
이 중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쉼터는 7곳뿐이다. 그마저도 컨테이너 형태로 마련한 간이 쉼터 2곳을 포함해서다.
쉼터 운영시간이 제한적인 까닭은 대부분의 쉼터를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임대한 건물의 관리 방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쉼터마다 운영시간도 제각각이다.
이날 영등포구 쉼터에서 만난 최성은 영등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서울시에서 1년에 받는 예산이 1500만 원인데 주말이나 새벽에도 운영을 하기엔 비용이 부족하다"며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하다 보니 대리기사 분들은 (쉼터에) 거의 못 오신다"고 말했다.
노동자 근무 특성에 따라 쉼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영향도 있다. 서울시는 주로 야간에 근무하는 대리운전 기사가 포진한 지역에서는 쉼터를 밤까지 연장 운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비교적 이용률이 낮기 때문에 평일만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번 혹서기(7~8월)에 일부 쉼터 운영시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다만 일요일 오전 6시까지에 그치는 등 이동량이 많은 주말의 수요를 맞추기엔 시간이 제한적이다.
서울시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혹서·혹한기에는 일부 쉼터 운영 시간을 확대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라며 "한정적인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다 보니 모든 쉼터를 24시간 개방하기는 어렵고, 운영시간 확대도 자치구별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be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