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여자고등학교 남녀공학전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 서울시교육청에서 정근식 교육감과의 대화를 앞두고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6.7.20 © 뉴스1 조수빈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생 모집과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단성학교들이 잇따라 남녀공학 전환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장기적으로 공학 전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환 추진 과정에서 학교의 역사와 정체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심화한다는 점은 과제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내년부터 무학여고, 정원여중, 성심여중, 한양중, 한양과학기술고, 신정여중, 서울신정고 등 단성학교 7곳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성심여고는 한 해 늦은 2028학년도부터 공학으로 전환된다.
교육청은 올해 중학교 5곳과 고등학교 6곳 등 총 11개교로부터 공학 전환 신청을 받아 학생 배치계획과 배정 여건, 전환 필요성,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등 절차, 시설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했다. 그 결과 2027학년도 전환 신청 학교 9곳 가운데 7곳, 2028학년도 신청 학교 2곳 가운데 1곳을 전환 대상으로 확정했다.
공학 전환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올해 서울 중·고교생은 39만1784명으로 2016년보다 무려 14만7684명 줄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단성학교는 충원이 더 어려워진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중·고교 709곳 가운데 단성학교는 231곳(32.6%)이다.
단순히 신입생 모집의 문제를 넘어 핵심 제도인 고교학점제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생 규모가 작을수록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이 어려워지고 공동교육과정 운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공학 전환을 권장하고 있다.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한 방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학 전환은 학교 운영 방식뿐 아니라 학교의 역사와 정체성까지 바꾸는 문제인 만큼 이해관계자 간 갈등도 적지 않다.
대표 사례가 무학여고다. 서울시교육청의 공학 전환 결정 이전부터 총동문회로 이루어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 성동구 지역 학부모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여건을 고려하면 필요한 결정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찬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마다 갈등의 양상도 다르다. 이번 공학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휘경여고는 무학여고와 달리 학년당 학생 수가 200명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학생 감소 압박이 크지 않고, 인근 남고인 동대부고와도 학교 배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공학 전환안이 부결되는 등 학교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송곡고는 학생 배치 문제가 변수로 작용했다. 인근 여자고등학교와 함께 공학으로 전환돼야 학생 배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지역 여건이 고려되면서 이번 전환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으로서도 공학 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청 학교를 모두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특정 학교를 공학으로 전환하면 같은 학교군에 속한 다른 남고·여고의 학생 배치와 통학권, 학교 간 성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교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 학생 배치 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남녀공학 전환 확정을 통해 학생들의 통학 여건이 개선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학령인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서울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cho@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