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대신 'AI호러'로 피서 인기…혹서기 신풍속도

사회

뉴스1,

2026년 8월 02일, 오전 06:00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리며 극한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피서 수단으로 인기를 끌던 '공포 콘텐츠' 소비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상영되던 납량특집의 자리를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호러 영상'이 대체했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최근 AI로 제작한 호러 쇼츠 영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극한 폭염'에 외출 대신 실내 피서를 택하는 인원이 늘며 호러 영상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인스타그램 호러 릴스를 자주 본다는 20대 대학생 A 씨는 "여름에 날도 더운데 집 밖으로 안 나갈 것"이라며 "원래도 괴담을 좋아하는데 알고리즘에 떠서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보다 이런(AI 호러) 분위기가 더 취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름 별도로 여행이나 외출 계획을 잡지 않았다는 직장인 이 모 씨도 "휴가를 사흘 정도 냈는데 별다른 계획은 없고 집에서 거의 쉴 것 같다. 에어컨 틀고 핸드폰 하는 게 제일 천국 아니겠나"라며 "(AI호러 영상) 릴스가 떠서 자연스럽게 보다가 재밌어서 더 찾아봤다. 더 볼 것 같다"고 했다.

AI 호러 영상을 제작하는 국내외 계정들은 많게는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월 한 호러 콘텐츠 전문 기업이 10초 분량의 세로형 AI 호러 영상을 공모하는 '10초AI호러챌린지' 개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인스타그램에서 AI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 AI 호러 영상이 최근 43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계정의 영상들은 각각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AI 호러 영상에 대해서는 '기괴해서 오히려 좋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AI 기술 역량의 한계로 이따금 기괴하게 느껴지는 영상이 호러 장르에서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AI 호러 계정을 구독 중인 남 모 씨(30·남)는 "영화·드라마 등 롱폼 공포물은 서사가 한정적이고 기성품에 가까워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반면 AI를 활용해 만든 것들은 독특하기도 하고 보통 글로 올라왔던 것들이 영상화되니 더 시각적으로 재밌더라"고 했다.

남 씨는 "제가 주로 찾는 AI 공포는 '나폴리탄 괴담류'(공포의 대상과 결말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거나 이상한 규칙 등을 제시하는 괴담)인데 그동안 유사한 콘텐츠 자체가 많이 없었다"며 "AI가 발달하면서 '미지에 대한 공포' 영상을 보고싶다는 니즈를 만족시켜 줬다"고 설명했다.

AI 호러 계정을 구독 중인 전 모 씨(29·여)도 "AI를 활용해 우리가 상상했던 것들을 구체화해 주는 느낌"이라며 "(구독 중인 계정의 콘텐츠는) 묘한 사실감이 있어서 과몰입이 된다. AI를 AI 티 안 나게 잘 다뤘다"고 말했다.

영상들의 댓글 창에서도 'AI 발전이 여기까지 왔다는 게 무섭다', '공포영화의 흔한 구도와 달라서 더 무섭게 느껴진다' 등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AI로 제작되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댓글란에선 '아직 그래도 AI 티가 난다'는 반응이 흔하게 보이는 것과는 상이한 반응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 중인 '인공지능(AI)호러' 영상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러한 유행은 생성형 AI의 특성과 호러 장르의 특징이 적절한 결합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호러'에는 나를 이입하지 않는다"며 "어차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AI를 활용하고 스낵컬처로 소비하기에 최적의 장르"라고 했다.

유 교수는 "1초 안에 서사가 느껴져야 파괴력이 있는 쇼츠 특성에도 부합하고 테크놀로지 측면에서도 호러의 '이미지 왜곡'은 AI를 활용해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다"며 "이런 요소들이 섞여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진위를 가릴 필요가 없어 피로감을 없애주는 장르 중 최고가 호러"라며 "장르는 호러지만 일정 부분 고도로 계산된 블랙코미디로 소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듯 AI로 제작되고 SNS 등으로 확산하는 영상들은 관련 심의나 규제를 따로 받지 않고 있어 시청에 유의가 필요하다.

기존의 비디오물은 영상물 등급 분류 제도에 따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청소년 관람 불가', '15세 이상 관람가' 등 분류를 받아야 한다. 영등위는 '공포'를 포함한 7가지 요소를 고려해 영상물의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SNS와 유튜브로 유통되는 콘텐츠에는 이러한 심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규제)는 장르를 중심으로 이뤄져 법에 공백이 있다"며 "수용자 중심의 규제 또는 알고리즘에 따른 규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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