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개표소 시위' 주춤…'극우 유튜버 장' 전락

사회

뉴스1,

2026년 8월 03일, 오전 06:0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지방선거 이후 한 달 넘게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시위 현장을 찾아 확성기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2026.7.17 © 뉴스1 안은나 기자

역대급 폭염 등으로 참가자들이 속속 이탈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의 빈 공간을 유튜버들이 채우고 있다. 참정권 수호를 요구하던 초기의 주도 세력이 줄어들자 정치적 문구를 앞세운 보수 세력이 틈을 파고들었다.

체육단체와 정치권의 개표소 진입을 홀로 막아 일명 '올다르크'(올림픽공원+잔 다르크)로 불린 30대 여성 A 씨 역시 유튜브를 통해 지지자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시위는 이제 유튜버의 '관심 끌기용' 이벤트로 변질하는 모습이다.

'존재감 과시' 유튜버들…정치 메시지로 시위 본질 흐려
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대사 환영 집회에 참석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발언들을 이어갔다. 그러나 발언에 신빙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A 씨는 "중국이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유권자의 데이터를 탈취했다"며 "공산당 조작과 선거 개입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우리나라 상황과 닮은꼴"이라고 주장했다.

개표소 시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극우 세력의 행보는 넓어지는 모양새다. 이들의 요구는 참정권 보장을 넘어 정치적 언어와 결합해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시위 초기 현장에서 모습을 자주 드러냈던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본명 전유관)는 자신의 소환조사 현장에서도 개표소 봉쇄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확인되지 않은 정치적 발언을 함께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전 씨는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달 23일 4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부정선거 재선거' 문구가 적힌 상의를 입고 서울 동작경찰서에 출석해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는 등 일방적 주장을 펼쳤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로 법무부의 출국정지 처분을 받은 모스 탄 씨(한국명 단현명)의 개표소 현장 방문도 이어지면서 시위는 점차 정치 세력의 결집만 키우게 됐다.

장기전 돌입에 시위 힘 빠져…경찰도 탄력 운영
전체적인 시위 양상은 점차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초기 주도 세력이었던 청년층이 일상에 복귀하기 시작했고, 노년층 위주로 시위가 장기화한 국면에서 폭염과 장마 등 기상악화까지 겹치며 집회 열기가 식은 영향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7월 2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현장 조사를 기점으로 시위 현장에 모이는 인원이 줄기 시작했다. 112 신고(건수)도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평일은 오전 100명 내외, 오후 600~800명 수준의 인원이 현장에 모였다. 비교적 인원이 많은 주말에도 10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1500명에서 많게는 3000명 정도까지 모였던 시위 초기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에 경찰도 최근 무더위 상황에 맞춰 현장 배치 인원과 근무 시간 등을 조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시위가 비교적 많이 안정화됐고, 참가자들 역시 예전과 달리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 같다"며 "현장 경찰들의 건강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전보다 근무 주기를 단축하고 위치와 시간을 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장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5문 앞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문 모 씨(34·여)와 이 모 씨(30대·남)는 "예전에는 오전 4시부터 5~6시까지 물과 얼음을 나르는 차가 3~4대씩 들어와서 자원봉사자 7~8명이 매일 옮겼는데, 요즘은 (같은 작업을) 오전 7시쯤 한 번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생수나 얼음물이 소진되는 속도도 예전보다는 많이 느려졌다"며 "주말에는 비교적 많이들 찾지만 사람이 크게 줄긴 했다"고 말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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