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이 수사 기밀을 넘기고 증거 인멸을 방조한 상대는 이 사건 피의자 장윤기(23)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인 장씨(54·경감)다. B씨는 2024년 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장씨와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5월 5일 장윤기를 긴급체포한 직후부터 그의 아버지 장씨에게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찰은 5월 5일 장윤기를 긴급체포하고 그의 주거지와 승용차에 대해 긴급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목 부위에 칼로 찔린 흔적이 있고 가슴 부위가 훼손된 리얼돌 2개, 대형 케이블타이(길이 약 40cm) 묶음 등 강간살인 범행을 뒷받침할 핵심 증거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채 압수수색을 종료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후 두 사람은 장씨에게 편의를 봐주기로 공모했다. B씨는 5월 6일 오전 8시 41분경 장씨에게 전화해 “차는 생활체육공원에 있다”고 알렸고, A씨는 같은 날 오전 11시 49분경 “장윤기의 승용차 키를 지금 우리가 갖고 있다. 차는 족구장 옆에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를 공무상비밀누설로 판단했다.
같은 날 A씨는 장씨로부터 “아들 집주소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자, 훼손된 리얼돌이 방치돼 있어 장씨가 이를 인멸할 것임을 알면서도 B씨에게 지시해 주거지 주소를 넘겼고, 5월 8일에는 주거지 현관 비밀번호까지 전송했다. 장씨는 그날 저녁 아들의 원룸에서 리얼돌 2개를 가위와 칼로 절단해 대형 쓰레기봉투에 담은 뒤 원룸에서 약 3km 떨어진 노상 두 곳에 나눠 버렸다. 검찰은 이를 증거인멸방조로 봤다.
두 사람은 또 승용차 조수석 문 수납공간에서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은 케이블타이의 소재를 장씨에게 알리고 승용차 열쇠까지 전달했다. 장씨는 이 케이블타이를 자신의 승용차에 실어 광산구 자택으로 가져갔다가, 5월 중순경 다시 순천시의 모친 집으로 옮겨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를 증거은닉방조 혐의로 적용했다. 다만 장씨 본인의 증거인멸·은닉 행위는 친족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형법 제155조 제4항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A씨는 이 밖에도 단독으로 장씨에게 장윤기가 휴대전화를 버렸다고 주장하는 장소(첨단대교 밑)를 알려준 혐의(공무상비밀누설)와, 부하 직원에게 현장 영상 삭제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5월 5일 압수수색 당시부터 케이블타이가 범행 도구로 쓰였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6월 2일 검찰이 장윤기를 성폭력범죄처벌법위반(강간등살인)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그 중요성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됐다. B씨와 동료 경찰관은 그 무렵 통화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안 들어갔잖아요, 케이블타이”, “지들(검찰)이 한 게… 그거 케이블타이는 아무도 몰라, 지금”, “그거 만약에 들어갔으면 (강간살인) 무조건이야”라고 말하는 등, 강력팀 경찰관들이 케이블타이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임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검찰에 알리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광산경찰서 내에서 A씨는 부하 직원 D씨가 5월 5일 촬영한 차량 압수수색 영상, A씨 본인이 조수석 수납공간에서 케이블타이를 발견해 집어 들었다가 그대로 다시 놓아두는 장면이 담긴 영상 등이 공개되면 자신이 핵심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D씨에게 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D씨는 사무실 컴퓨터에 보관 중이던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분은 애초 경찰이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자신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을 것이 두려워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와, “다만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면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례의 취지에 따라 ‘증거인멸교사’로 죄명을 변경해 기소했다.
B씨는 이와 별도로 세 차례에 걸쳐 장씨에게 수사 기밀을 전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5월 6일 오전 8시 41분경 장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내일이냐”고 묻자 “아마 내일 오전에 할 것 같다. 오늘 오후 검찰청에 신청서를 접수할 것 같다”고 답했고, 이어 “조사는 받았는데 본인이 다 인정한다. 동기는 좋지가 않다”며 장윤기가 범행을 자백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줬다.
5월 8일에는 장씨에게 압수한 휴대전화 공기계를 압수수색영장 상 10일 이내에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5월 13일에는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이 공기계에 대해 별건으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각각 전달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7월 6일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고, 광주지방법원은 7월 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별수사단은 7월 15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씨가 리얼돌·케이블타이 등 증거를 압수하지 않고도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강간살인 가능성을 축소하도록 지시했고, 관련 보고서를 누락시켰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이때 증거인멸 혐의 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혐의를 추가 입건해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광주지검은 이와 별도로 7월 3일부터 8월 2일까지 한 달가량 압수수색과 사건관계인 조사 등을 벌여 A씨와 B씨가 장씨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하고 증거 인멸·은닉을 도운 정황을 확인, 3일 A씨를 구속 기소하고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A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공범 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은 지난 5월 5일 새벽 광주 광산구에서 장윤기가 당시 17세 여고생 이채원 양을 살해하고, 신고하러 온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다. 장윤기는 재판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검찰이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성범죄 목적의 계획범죄였음이 드러났고, 지난달 열린 2차 공판에서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광산경찰서가 피의자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이유로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범행 혐의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별도의 대형 사건으로 비화했다. 검찰은 이번 기소로 수사팀 경찰관들의 유착·은폐 정황을 공소사실로 명확히 하고 광산경찰서장을 지낸 인물 등 지휘라인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