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서 돈육 가격 '짬짜미'…'1.2조 가격 담합' 6곳 재판행(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8월 04일, 오후 12:29

지난 5월 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총 1조 2000억 원 규모의 납품 가격 담합에 가담한 혐의로 국내 돼지고기 유통업체와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호)는 국내 대형마트 돼지고기 시장 1위 업체 A 사를 포함한 6개사와 임직원 12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6개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검찰에 고발한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디 허스 코리아(옛 CJ피드앤케어) △도드람푸드 △보담으로 파악됐다.

이들 업체는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6년간 견적 가격을 합의해 결정하거나, 이마트에 제출한 견적 가격 정보를 매주 상호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해산됐거나 공정위 수사에 협조해 기소되지 않은 나머지 업체들 역시 납품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9개사의 담합으로 이마트가 매입한 돼지고기 가격은 약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공정위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후 같은 달 23일 돼지고기 유통업체 9개사와 사건 관계인에 대해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마트가 2017년 8월부터 돼지고기 견적 가격을 받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이마트는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업체들이 제출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업체들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매주 이마트에 제출한 견적 가격 정보를 상호 교환하면서 납품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도록 담합했다. 2021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는 제출하는 견적 가격의 변동 폭 등을 합의했다.

기존 업체 담당자들은 개별 연락을 통해 이마트에 제출하는 돼지고기 납품 가격을 담합했지만, 2021년 11월부터는 일명 '삐에로방'이라 불리는 텔레그램 단체 비밀 대화방을 만들어 집단적으로 가격을 담합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3월부터는 한 법인이 설립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무항생제방'에서 가격 담합을 이어갔다.

특히 이들은 대화방을 통해 가격 담합 외에 가격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021년 12월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을 공유했음에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017년 8월 담합을 위한 연락 체계를 구축한 뒤 업무 담당자가 변경되면 경쟁 업체 담당자들에게 후임자를 소개해주는 식으로 담합 체계를 유지했다.

박형철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주임검사는 "업체들이 마트에 제출한 가격 정보를 매주 공유하는 방식으로 정보 교환 담합 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식료품 관련 정보 교환 담합 행위로 적발해 기소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동부지검 제공)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번 담합으로 대형마트 돼지고기 가격은 최소 20% 이상 올랐다.

검찰은 담합이 적발된 다음 해인 2024년 돼지고기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약 1.9% 올랐고, 돼지고기 도매가격 역시 전년보다 상승했음에도 대형마트 삼겹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5.5% 하락한 점을 들어 담합 기간 소비자들이 정상가격보다 오른 가격을 부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현장 조사가 시작되자 관련 증거를 인멸해 조사를 방해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들 업체의 임직원들은 담합 내용이 담긴 메신저 대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관련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했다.

한 법인의 법무팀 직원은 경쟁 업체 담당자들과 담합 행위를 벌인 내용이 포함된 메신저 대화내역을 삭제했으며, 다른 법인의 준법 감시 담당자인 법무팀 직원은 영업팀장에게 경쟁사와 연락한 자료 및 경쟁사 가격 정보를 적은 전산 자료를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조직적 조사 방해에 가담한 이들 임직원들 중 범행을 주도한 4명의 임직원을 특정해 기소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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