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오늘] "황정민 나와!"...라디오 생방중 '와장창', 무슨 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전 12:0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6년 전 오늘, 라디오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특수 효과가 아닌 라디오 스튜디오 현장의 소리였다. 곡괭이를 든 웬 남성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공개 라디오홀 스튜디오 외벽 유리창을 깬 것이다.

그 모습은 ‘보이는 라디오’로도 실시간 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KBS 직원들은 그 남성을 제압했고 곡괭이 외에도 그의 가방에 가스총과 작은 곡괭이 2개를 더 발견했다.

당시 47세였던 남성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가 25년째 도청당하고 있는데 다들 말을 들어주지 않아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목격자들은 A씨가 현장에서 “황정민 나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스튜디오에선 DJ를 맡은 황정민 KBS 아나운서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A씨의 난동으로 황 아나운서는 자리를 피했고 게스트로 출연한 김형규 씨가 방송을 대신 마무리했다.

제작진은 당시 상황에 대해 “생방송 중인 KBS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 외벽 유리창 전부를 곡괭이로 깬 남성이 황 아나운서의 이름을 반복해서 외치고 당장 나오라고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은 황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괴한을 자극해 불의의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험을 막기 위해 지목 당사자인 황 아나운서의 방송 진행을 멈추고 보호조치를 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황 아나운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증상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두 달여 만에 복귀했다.

황정민 KBS 아나운서 (사진=KBS)
황정민 KBS 아나운서 (사진=KBS)
A씨는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별 이유 없이 범행에 이르렀으며 생방송이 중단되는 등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씨의 범행으로 파손된 유리 등의 수리비로 9000만 원 상당에 대한 배상명령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KBS 측은 “재산 피해도 있지만 사건 장소에 있었던 제작진은 여전히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A씨 측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A씨가 2005년께부터 우울증 등으로 치료받아왔지만 증상이 제대로 발현된 적이 없어 가족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피해를 본 KBS에 사죄와 용서를 구한다”면서 “이기적인 마음으론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을 부양하고 지키고 싶지만, 폭력은 안 된다는 걸 알기에 법이 정한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1심에선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A씨가 KBS에 3300여만 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A씨는 이듬해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으로 방송 진행에 차질이 생기고 제작진이 불안을 느꼈다면서도 A씨가 정신 질환을 앓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