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활용한 AI 이미지
"메이드카페는 유흥업소가 아니라 일반음식점이니까 큰 걱정 없이 일을 시작했어요. 일하면서 '뭔가 잘못됐나?' 싶어도, 다 그렇게 일하니까 나도 괜찮아야 하는 줄 알았어요."
지난 3달간 [메이드카페, 그 뒤] 기획을 취재하며 서울·부산에서 10여 명의 전·현직 메이드들을 만났다. '성매매 제안을 받았다', '부적절한 사진을 찍기를 요구받았다', '스토킹을 당했다' '손님상에 앉아 술을 따라야 했다'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얼굴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털어놓는 피해 경험들이 하나하나 모두 무거웠다.
그런데도 메이드들은 일을 그만두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괜찮아야 하는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손님 옆에서 술을 따르고 성희롱에 상시 노출되는 것, 뭔가 부당한 것 같아도 일반음식점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일이니 '서비스업이면 견뎌야 하는 건가'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메이드카페가 유흥업소가 아니라 일반음식점이란 점은 '내가 하는 일이 도덕적으로 나쁜 일이 아니다'라는 위안이자, 부당함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됐다. 한 전직 메이드는 "사장 말대로 여기는 '업소'는 아니고 다들 이렇게 일하니까, 이 모든 게 부당한 게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메이드카페에 취업할 때도 '유흥업소는 아니다'라는 점이 안정감을 준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예쁜 옷을 입고 오므라이스에 케첩으로 그림만 그리면 될 거라는, 불법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메이드카페는 국가에 등록될 때부터 일반 식당·카페와 같은 일반음식점이니까.
이들의 믿음이 막연하긴 해도 터무니없는 건 아니었다.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 정말 문제가 없는 거라고 착각하기 마련이다. 정작 이런 문제를 짚어내야 했던 구청과 경찰조차 메이드카페의 불법 접객 문제를 적발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던가.([단독]'유사 유흥업소' 홍대·서면 앞 메이드카페, 행정처분은 단 2건)
문제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태, 그걸 '사각지대'라 부른다. 변종 메이드카페가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보란 듯이 운영되는 사이, 많은 어린 여성들이 메이드카페로 흘러들어갔고 문제에 반발하기 어려워졌다. 한 메이드는 "구청이랑 경찰도 단속 나와선 그냥 문제없다며 돌아갔는데, 나 혼자 뭐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바보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게다가 메이드들은 고작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나이였다. 이렇다 할 사회 경험 없이 메이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어디까지가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괜찮은 거고 안 괜찮은 건지 구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손님들은 당연한 듯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점장은 이를 안 들어주는 메이드를 '이상한 애'로 눈치 주는 상황에서 비상식도 어느새 상식이 됐다.("샴페인 팡팡" VIP엔 메이드 독점권…메이드카페의 유흥업소화)
특히 어디까지가 일반음식점에서 괜찮은 '접객'인건지는 취재 중에 만난 변호사들도 그 경계가 애매모호하다고 할 정도로, 구분이 쉽지 않다. 가령 술을 파는 건 일반음식점에서도 괜찮은데 술을 따르거나 같이 마시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 다만 공간이 밀폐됐는지 여부도 위법 소지 판단에 영향을 주는 등 정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변종 유흥업소가 되고 있는 메이드카페의 문제보다,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어린 여성들에게 화살을 던진다. '애초에 메이드카페에서 일하지 않았으면 되는 것 아니냐', '너도 알면서 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직 메이드인 서민하 씨(가명·20)는 뉴스1과의 인터뷰 말미에 "메이드카페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서브컬쳐가 좋아서 메이드 일을 시작했던 민하 씨가 그렇게 말하기까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각종 성희롱과 성매매 제안, 사업주에 의한 '외부 데이트' 강요까지. 민하 씨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메이드카페가 정상적이지 않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다행히도 정부는 최근 메이드카페를 유흥주점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이드카페가 유흥주점으로 등록되면 우선 청소년의 출입·고용이 금지된다.
그래서 늦었지만 정부의 제도 개선을 환영한다. 정부의 움직임은 몇 개 업장에 대한 철퇴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국가가 변종 메이드카페를 문제로 인식했다는 메시지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어린 여성들에게 '안 괜찮은 일이 뭔지' 규정해 주기도 한다. 사각지대를 없애는 첫걸음이 될 거라 믿는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