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이 아니다. 급작스러운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주민이 갇혀 소방차량 5대가 긴급 출동해 구조에 나섰다. 아파트 진출입 차단기도 말을 듣지 않아 늦은 퇴근길 차들이 길게 늘어섰다. 물탱크 급수하는 펌프가 멈춘 탓인지 물도 나오지 않아 무더위 속 뒤늦게 귀가한 주민들은 땀을 씻어내지도 못했다. 화장실 물을 내릴 수 없다는 점도 고역이었다.
약 50분 뒤 전력은 일시적으로 복구됐으나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아파트에서는 그보다 한참이나 지나 안내방송을 통해 “변압기 고장으로 정전이 발생했다”고 알리면서 “예비 전력이므로 필수 가전 외에는 에어컨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아파트 관리실에는 정전에 놀란 할머니,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등이 몰려가 급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을 항의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도 “20년 동안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복구가 제대로 된 것인지 모르겠다” 등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서울 동대문구 한 단지에 정전이 발생해 일부 손전등으로 불을 밝힌 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진 모습(사진=독자 제공)
5일 서울시와 전기안전공사 등에 따르면 폭염 자체가 직접 정전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변압기 등 전기설비의 온도가 상승하고 노후 설비는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전류가 흐르면 차단기 등 보호장치가 동작해 정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노후 단지는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처음 지어질 당시와 비교해 많은 전력을 사용해서다. 현재는 각 가정마다 다수의 에어컨을 달 뿐 아니라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대용량 가전을 사용하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필요한 전력량이 늘어났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전이 늘어나 여름철 노후 아파트에서 정전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공사에서 매년 노후 아파트에 대한 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정전 후 수리를 돕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혹서기 아파트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리주체의 꼼꼼한 점검과 예방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변압기, 차단기, 배전반 등 전기설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전기설비가 모여있는 수전실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방설비를 가동하는 등 설비 과열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 설비는 적기에 보수·교체해야 한다. 입주민도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불필요한 전기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폭증한 냉방 수요로 인한 아파트 변압기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는 변압기뿐 아니라 전선·차단기 교체 등 노후 설비 용량 증설이 필요하다”며 “사유지인 만큼 한전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은 제한적이다. 아파트 관리주체 차원에서 고효율 1등급 가전 사용 시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선풍기·실링팬 병행 사용을 적극 안내하는 등의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