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제 개발 정확도 높아진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06일, 오전 09:55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개발을 위해 환자 질환 유형을 가장 잘 반영하는 동물모델을 찾았다.

동물모델을 더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게 돼, 신약 개발 과정의 효율과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통해 배출된 신진 의사과학자들이 주도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준호(신경과학교실) 임상강사, 이상보(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김상우 교수(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와 김원주 교수(신경과학교실)가 공동 교신저자를 맡았다.

난치성 뇌전증은 약으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다.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 동물을 이용한 전임상 연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동물모델이 실제 환자의 질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연구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인간 뇌 조직 샘플 694개와 설치류(마우스, 흰 마우스) 모델 뇌 조직 샘플 362개를 통합한 대규모 전사체 분석을 진행했다. 전사체는 세포 안에서 발현하는 유전자 전체의 집합으로, 질환의 특성을 분자 단위로 분석할 때 활용한다.

연구팀은 종(Species), 뇌전증 발생 유도 방법(Induction method), 뇌전증 유도 약물 투여 경로(Administration route), 뇌전증이 뇌의 어느 쪽에 있는지 편측성(Lateralization), 나이(Age), 질환 단계(Phase) 등 6개 항목을 기준으로 동물모델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기준인 ‘시아랩(SIALAP)’ 체계를 만들었다.

이에 따른 분석 결과,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안에 뇌전증 유도 물질 카이네이트(kainate)를 주입한 마우스 모델은 해마의 신경세포가 손상된 해마경화증 동반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재현했다.

해마에 전기 자극을 반복적으로 가해 뇌전증을 유도한 흰 마우스 모델은 해마경화증이 없는 뇌전증 환자 상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동물모델이 각각 다른 형태의 뇌전증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연구 성과의 배경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진행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이 있었다. 사업은 의대 졸업 후 의사들이 임상과에서 수련을 거친 뒤 의과학 연구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준호 임상강사와 이상보 연구원은 모두 의사과학자로서 신약 개발 등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김준호 임상강사는 “환자의 뇌전증 유형을 가장 잘 반영하는 동물모델을 객관적으로 고를 수 있는 기준이 없어 늘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가 더 정확한 전임상 연구와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과 동물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해 동물모델의 정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첫 사례”라며 “뇌전증뿐 아니라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원주 교수는 “동물모델이 인간 질환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를 전사체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검증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며 “이번 성과가 향후 전 세계 뇌전증 전임상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로 적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뇌전증 치료제 개발 정확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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