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야생동물 밀수업자로부터 압수한 샴악어 (사진= 김현재 기자)
총책 A 씨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7개월 간 14차례에 걸쳐 외래생물종 200마리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3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9차례에 걸쳐 국제적 멸종위기종 54마리를 양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밀수한 야생생물들은 수십 만원에서 수천 만원의 가격으로 국내에 유통됐다.
20~30대로 구성된 조직의 범행은 지난달 18일 한강유역환경청이 야생생물 밀수 혐의로 B 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며 드러났다. B 씨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야생생물을 밀수하려다 세관에 적발됐고, 단독 범행을 주장하며 검찰에 넘겨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B 씨가 현지에서 능숙하게 거래를 마치고 밀수까지 시도한 것에 의문을 품었다. B 씨의 단독범행이 아닌 공범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검찰은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총책 A 씨를 비롯한 조직원들이 밀수 배후임이 드러났다. 조직원 중 일부가 B 씨의 항공권 비용을 대납하고 이들이 B 씨의 밀수에 동행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의 전말을 밝혀냈다. A 씨는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불송치 결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의 야생생물 사육장에는 코브라와 양쯔강 악어, 검정늪거북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 54마리가 있었다. 검찰은 이 생물들을 압수했고, 일부는 국립생태원에서 보관하고 있다.
검찰이 야생동물 밀수업자로부터 압수한 알거스왕도마뱀. (사진= 김현재 기자)
밀수 조직원들의 범행은 치밀했다. 이들은 세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도마뱀과 악어의 입을 결박하고 압박 포장했다. 이를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비행기 수화물 칸으로 운반했다. 일부 민감 개체는 조직원들이 속옷에 넣어 기내에 반입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비행기나 고속버스 수화물 칸에서 이동한 도마뱀 등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렇게 밀수한 야생생물을 파충류 애호가들이 모인 전문 온라인 카페에 ‘피규어’,‘인형’ 등 은어를 사용해 광고했다. 향수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을 경우 이를 은폐하기 위함이었다. 멸종 위기 종인 말레이가비알 판매글은 ‘말레이 가비알 피규어’라는 제목으로 눈속임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이들은 야생생물을 압박 포장하고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해 전국 각지에 배송했다.
멸종 위기 파충류들은 인구 밀도가 높은 주택가로 유통됐다. 공격성이 높고 맹독을 지닌 코브라 등 동물도 초등학교가 인접한 아파트와 고시원, 산부인과 병원 등으로 팔려갔다. 지난 2024년 8월 경남 사천시의 도로가에서 발견된 바다악어와 지난 5월 서대구고속터미널에 정차한 시외버스 화물칸에서 발견된 대형뱀 등은 이들이 밀수한 품종으로 밝혀졌다.
현재 한강유역환경청은 일부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야생생물 중 강한 공격성과 질병 전파성을 가진 종은 사람에게 매우 위험한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 생물들이 탈출하거나 유실되는 경우 사람의 생명과 신체 및 주거 환경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연으로 이동하더라도 토착종을 포식하거나 질병을 전파해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농축산물 피해 등 사회.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앞으로도 국제적 멸종위기종 및 생태계 위해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의 밀수, 불법 유통 및 사육 행위에 대해 환경청 및 국립생태원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압수한 국제 멸종위기종 코브라의 모습.(사진=서울동부지검 제공)
밀수조직을 통해 유통된 양쯔강 악어와 검정늪거북의 모습.(사진=서울동부지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