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모습. © 뉴스1
# 지인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던 A 씨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피해자 속옷 감정 결과로는 그의 DNA를 식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감정을 맡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가 A 씨의 DNA 검출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A 씨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에서 증거를 재감정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거나, 검사의 증거·기록을 보강하는 '교차 감정' 역할을 맡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가 운명의 기로에 섰다. 10월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검·경의 '과수부 쟁탈전'이 달아오르고 있어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대검찰청 과수부를 중수청 또는 국과수에 흡수하는 내용의 직제 개편안을 막바지 검토 중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일단락되면서, 검찰 내 조직을 떼어내 분산하는 '조직 재편' 작업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과수부는 4개 과(법과학분석과·DNA화학분석과·디지털수사과·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로 구성된다. 법과학분석과는 영상·음성 분석, 문서 감정, 심리 분석, 진술 분석 등에 특화돼 있다. DNA화학분석과는 DNA와 약물·화학물질 감정을, 디지털수사과는 휴대전화와 컴퓨터의 디지털 포렌식 업무에 최적화했다. 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는 가상자산 추적 등 사이버범죄를 전담한다.
과수부는 수사 증거물의 '교차 검증' 기능에 주안점을 둔 조직이다. 1차 수사기관이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과수부의 재감정을 통해 증거의 오류나 누락을 걸러낸다. 수사기관의 진술은 공판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잃는데, 이때 과수부가 법원의 촉탁으로 증거물을 재분석해 증거능력을 부활시키기도 한다.
직제 검토안은 크게 '통합 이전안'과 '분할 이전안' 두 갈래다. 과수부 산하 4개 과를 모두 중수청으로 옮기거나 법과학분석과·DNA화학분석과는 국과수로, 디지털수사과·사이버수사과는 중수청으로 나눠 이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과수부를 공소청 산하로 존치하는 안도 제3의 안으로 올라가 있다.
문제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과수부를 중수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된 만큼 공소청에 '과학수사' 기능을 존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과학분석과·DNA화학분석과는 국과수와 '감정 업무'가 겹치는 만큼 통합·강화하고, 디지털수사과·사이버수사과는 중수청 수사에 필요한 기능이라는 이유도 있다.
반면 법무부와 검찰은 과수부를 공소청에 남기는 것이 도리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부합한다고 맞선다. 공소청의 핵심 업무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다. 과수부가 사건 송치 이후부터 재판 단계까지 증거와 진술을 재검증하는 조직인 만큼, 공소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고 공판에서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다투려면 과수부가 반드시 공소청을 보조해야 한다는 논리다.
과수부가 중수청이나 국과수로 흡수될 경우 증거·진술을 교차 검증할 길이 사라지는 점도 고민거리다. 대검 관계자는 "과학수사는 100% 완벽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든 오류나 누락이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 기관이 감정 기능을 독점하게 되면 오류에 대한 재감정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검 과수부를 독립시키는 대안도 거론된다. 공소청 산하로부터 분리하되, 국과수와 과수부 간 '교차 검증' 장점까지 살리자는 아이디어다. 검찰 관계자는 "(과수부 독립은) 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방안"이라며 "과수부가 현재도 대검찰청 내에서 독립 기관처럼 업무하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중수청·공소청 개청이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법무부와 행안부 간 협의를 거쳐 최종 직제안을 조만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수부 이전 문제는 각 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해 협의 중에 있다"며 "큰 틀은 잡혔고 세부 실무적인 부분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