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대형 로펌과 손잡은 수의사회…이면엔 절실함 있었다

사회

뉴스1,

2026년 8월 07일, 오전 10:51

대한수의사회는 3일 경기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태평양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태평양 박유준 김경목 최석림 변호사와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문두환 박철 수의사. © 뉴스1


최근 대한수의사회가 법무법인 태평양과 손을 잡았다. 수의사의 위상 강화라는 큰 틀에서 진료부 공개 관련 헌법소원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수의사회가 국내 3대 로펌 중 한 곳과 협약을 맺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태평양은 규모도 크지만,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국내 로펌 최초로 글로벌 리걸 인공지능(AI) 플랫폼 하비를 도입해 정교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로펌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절실하고 체계적인 조언이 필요했다는 방증이다. 회원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만큼 상담 내용은 문서로도 철저히 기록할 계획이다.

최근 수의사가 인기 직종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일각에서는 '동물병원 진료비를 비싸게 받고 돈 잘 버는 직업'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반려동물 진료비가 비싸다"며 줄이는 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의사들은 스스로를 '법의 보호를 못 받는 약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제도나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의료계는 정부가 수십 년에 걸쳐 연구개발과 제도 정착을 위해 세금을 지원했다. 반면 수의계는 정부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사람처럼 공적 보험도 없다. 동물병원 간 경쟁도 치열해 적자를 보는 곳도 꽤 많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의료소송도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부 변호사가 동물 보호자와 병원을 선악 대결 구도로 몰아가며 분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보호자를 부추겨 상대를 자극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게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한수의사회와 태평양의 협약 배경에는 '수의사들이 제대로 된 법의 보호를 받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협약을 맺기까지의 과정은 성숙하고 민주적이었다.

수의사회 회장과 임원은 사실상 봉사직에 가깝다. 상근직인 대한수의사회 회장을 제외하면 지부장은 월급을 거의 받지 않는다. 임원들도 무보수로 일한다. 재정 운용은 엄격해서 몇십만 원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매달 수백만 원의 고정 지출이 발생하는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감사에게 보고하고 이사들에게 공개한다.

우연철 회장은 지부장 회의에서 태평양과 협약을 맺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박철 공보부회장은 "변호사마다 해석이 달라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좋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팀이 합류하게 됐다"며 회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통상적으로 협회나 단체의 자문변호사는 자문을 맡는 것 자체를 영광스럽게 생각해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협회에서 회원들을 연결해 주면 사안에 따라 무료 또는 시간당 10만~15만 원 정도의 상담비를 받고 자문을 해 준다.

협회는 개인 회원의 상담비를 대신 내주지 않는다. 일부 회원이 불필요하고 반복적인 상담을 몇 시간씩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담비는 개인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 태평양도 수의사회와 협약을 맺으며 "영리를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부 공개 문제를 사회적 사안으로 보고 돈보다 명예를 앞세웠다.

수의사회는 이번 헌법소원 대응을 단순한 승패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박철 공보부회장은 "그동안 수의사들은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진료부 공개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경험 많은 법률 전문가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석림 변호사는 "영리가 아니라 변호사로서 역할을 생각했다"며 의욕을 보였다. '힘들다'가 아니라 '제 역할을 하겠다'는 베테랑 변호사들. 올바른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수의사와 보호자 사이 중재자 역할을 기대해 본다.[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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